박종철 사건 지휘 부장검사 "박상옥, 정권에 저항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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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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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 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 인터뷰 "2명이 물고문 가능한지 따졌어야"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수사를 초기에 지휘한 최환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저항을 못했다. 용기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최 전 부장은 경찰이 고문 가담자를 2명으로 축소해서 보낸 데 대해 "팔다리를 흔들고 반항하면 둘 가지고 안된다. 검사로서는 의문을 갖고 어프로치(접근)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자료사진)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지만 박 후보자를 포함한 수사팀이 검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점에 대해선 아쉬워했다.

수사팀에서 "고문 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양심선언을 듣고도 바로 재수사를 못한데 대해선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최 전 부장은 박 후보자의 대법관 자격 여부에 대해선 "여야 의원들이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따져볼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 부장은 경찰이 지난 88년 1월 15일 저녁 박종철 열사의 주검을 화장해야 한다고 요구했을때 이를 거부하고 '시체보전명령'을 내리면서 물고문 사건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사청문회 증인이기도 한 최 부장과의 인터뷰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박상옥 후보자를 포함한 수사팀이 '고문 가담자가 2명'이라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의문을 품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원래부터 5명이라고 안 것은 아니다. 그러나 2명이서는 못한다는 걸 알수 있다.

박 열사한테 수갑을 채운 흔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양 팔을 하나씩 잡고 버둥대는 두 발을 잡고 머리를 욕조에 넣으려면 5명이 필요한 거 아니겠나.

▶ 그렇다면 박상옥 후보자도 수사를 제대로 안한 것인가.

=박상옥이 (고문 가담자에 대한 수사를)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저항을 못한 것이다. 보통 검사로 봐서는 어떤 의문을 가지고 어프로치했여야 한다.

용의주도한 검사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한다. 하지만 용기가 부족했다. 내가 사망원인을 밝혀내듯이 밀어붙이기에는 말석검사로서는 약한 것이다.

▶ 박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자격이 있다고 보나.

=난 검찰에서 평생을 보냈지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한꺼번에 몰아세우면 말이 안된다.

이렇게 문제가 됐으면 인사 청문회를 통해 밝혀지고 드러나서 여야가 충분히 이해한 다음에 자격 여부를 따져보는 게 맞다. 나도 청문회에서 역사적 진실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얘기할 것이다.

▶ 경찰말대로 2명만 기소한 1차 수사는 왜 부실해졌나.

=범인을 색출하는 수사는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다 보니 결국은 (정권에) 휘둘린 것이다. 범인도 일일이 검사가 수사하면 좋은데 그건 소송법에 나오는 얘기다.

신창언 당시 형사2부장하고 안상수 검사(현 창원시장)가 당차게 맡아서 가면 좋은데 그 양반들이 그걸 못했다.

양심선언(조한경 경위가 고문경찰관이 3명 더 있다고 안상수 시장에게 진술)을 들었으면 당연히 재수사를 했어야 하는데 안한 것이다.

안 검사가 조 경위를 만나고 왔으면 검사장이나 검찰총장한테 얘기를 했어야 한다. 왜 이걸 못한 건지... 두 사람(조 경위와 강진규 경사)이 억울하다고 하면서 양심선언한 게 교도소 안에서 파다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재수사 안한 것은 형법상 직무유기다. 죄가 될수 있다.

▶ 물고문 사실을 밝혀냈는데 왜 수사팀에서 배제됐나.

=나는 당시 변사보고를 받고 '적당히 포장해서 묻어버리라'는 지시를 어기고 버텨서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을 밝혀냈다.

사망 원인을 밝혀낸 다음에는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해서 배제됐다. '부검까지 했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당신은 바쁘니 공안업무에 집중하라. 당신은 사건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상부에서는 저런 공안부장에게 사건 수사를 맡겨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넘기겠다'고 제안했는데 결국 형사3부에서 맡게 됐다.

▶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우리 상부도 그렇고 청와대도 그렇고 시끄러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건 묻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부와 청와대는 일단 은폐하고 보고 부득이 들통나면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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