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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쁜 선례, 박상옥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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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의 뉴스쇼 - 행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김성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결국 열릴 모양입니다. 청문회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버티던 새정치연합이 어제 새누리당과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하나의 나쁜 선례 박상옥 청문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전달된 지 거의 두 달 만입니다,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것이요.

◆ 김성완> 날짜수를 세어보니까 꼭 57일 만의 일입니다. 박상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게 지난 1월 26일이었거든요. 어제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주례회동을 열었는데요. 유승민, 우윤근 원내대표가 청문회 개최에 최종적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청문회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는데요. 오늘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가 협의을 해서 정하기로 했습니다. 여당에서는 아무래도 좀 빨리 열기를 원하지 않겠습니까?

◇ 박재홍> 그렇겠죠.

◆ 김성완> 그래서 30일 청문회를 연 뒤에 다음달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고요. 새정치연합은 아무래도 시간을 늦추는 게 조금 유리하겠죠. 그래서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해서 다음달 6일 이후에 청문회를 열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청문회 거부에서 개최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요?

◆ 김성완> 이게 좀 아리송합니다. 제가 볼 때는 별로 이유가 없어요. 이전과 이후 상황이 바뀐 게 아무 것도 없거든요.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고 난 다음에 한 열흘쯤 지났을 쯤인가요? 지난 2월 5일 새정치연합 청문위원들이 청문절차 진행을 거부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 축소, 은폐에 가담했던 사람이 대법관 후보자가 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바뀐 게 전혀 없는데요.

이 박상옥 후보자가 '박종철 사건 수사 당시 은폐를 축소한 적도 없다, 은폐를 시도한 적도 없다'라고 증거를 특별히 댄 것도 아니고요. 대법원이 당시 수사기록을 다 공개를 해서 수사기록을 검토해봤더니 박 후보자 해명처럼 말석 검사로 선배 검사들이 시키는 일만 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도 아닙니다.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입장을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요.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밝힌 논리대로라면 만약에 청문회를 이 상태대로 하게 된다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을 하는 것이 된 그런 셈이 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청문회를 통해서 관련 의혹을 좀 더 규명하고 확실히 짚고자 열겠다, 이런 입장이 아니었을까요?

◆ 김성완> 대법관 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데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이라든지 좀 더 철저히 따져보겠다라든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박 후보자 청문회를 나쁜 선례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인데요. 새정치연합의 일종의 고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전략 부재' 앞뒤 재지 않고 일 벌렸다가 뒷수습을 못해서 여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인데요. 대법관 공백사태가 길어져서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이렇게 보통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러면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되는 거 아니겠어요? 이것도 사실은 말이 안 되고요.

박상옥 후보자는 진작부터 버티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혀왔거든요. 그래서 어떻게해서든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풀지 않으면 그냥 계속 쭉 버티기 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새정치연합쪽에서도 뻔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 계속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 '열지 않겠다'고 하다가 결국은 그냥 흐지부지하면서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라고 말을 흐리고 있는 거거든요. 민주주의 부정이니 뭐니 그런 말까지 할 정도로 후보자 자격에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청문회를 열지 말았어야 되겠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다수당인 여당에 맞서는 야당이 사실은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청문회를 열지 않는 것 외에는 사실 방법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상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면 하루 정도 공방하고 그다음에 표결로 가면 결국은 다수당인 여당이 뜻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야당 입장에서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데 그것조차도 제대로 카드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제가 볼 때는 이렇게 어물쩍 청문회를 여는 게 오히려 그동안 정치적인 목적으로 청문회 개최를 거부했다는 걸 야당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 박재홍> 이유야 어찌됐든 신임 대법관을 임명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공백사태가 벌어지는 것 또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이게 국민 입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요. 대법관 한 명이라고 하면 요즘 대법관, 전임 대법관이 나와서 변호사를 하니 마니 가지고도 말이 많잖아요.

◇ 박재홍> 대한변협의 입장이고요.

◆ 김성완> 대법관 한 명이 그냥 한 명이 아닙니다. 사실은 대법관 한 명이 비게 되면 대부분 전원합의체가 관행적으로 열리지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전원합의체라고 하는 상징적인 요건이 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열지 않는 건데요. 그러면 사회적으로 영향이 굉장히 큰 사건들이 줄줄이 판결을 못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한테 고스란히 다 떠안겨지게 되는 거거든요. 정치권이 이런 부담들을 뻔히 알면서 그동안에 이제 이런 문제들을 계속 만들어온 건데요. 새 대법관을 임명할 때마다 사실 요즘에 이런 일들이 벌어집니다. 2년 7개월 전에도 또 같은 일들이 있었거든요. 사실 따지자면 이렇게 나쁜 선례를 남긴 장본인이 바로 지금의 새누리당입니다.

◇ 박재홍> 왜 그런가요?

◆ 김성완> 그러니까 4년 전이었는데요. 당시 민주통합당이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조용환 후보자를 지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이 1년 2개월이나 재판관 임명을 거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관을 본회의에서 표결로 부결시켰어요. 그 이유가 사실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정부 발표는 믿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아서 확신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좀 어렵습니다.”라고 얘기했다는 그 발언을 구실로 삼았던 거였거든요. 그때도 사실은 그 발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용환 후보자 자체가 이념적인 성향이나 이런 것들을 예를 들면서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은 버티기에 들어가서 1년 2개월 동안이나 사실 재판관을 비게 만드는 이런 사태를 만든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에 뭐 대법관이든 아니면 헌법재판관이든 이런 문제가 계속 나올 때마다 새로 임명할 때마다 버티기에 들어가는 게 ‘조용환 학습효과’다 이런 말까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다음에 계속 이런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일종의 말하면 정치권의 어떤 이해관계나 논리에 따라서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 두 곳의 어떤 문제들이 정치적인 힘겨루기 대상으로 자꾸 전락하는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대법관 추천과정을 좀 투명하게 해서 자격미달을 후보자를 좀 사전에 걸러내든가 아니면 대법관 공백사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앞서는 조용환 헌재의 재판관 후보자 문제였죠.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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