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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악법도 법"이라는 대법… 아픈 과거사엔 왜 눈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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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대법원 (자료사진)

 

"긴급조치 9호는 무효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 9호를 발동한 행위는 적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신일 대법관)가 2015년 3월 26일 내린 판결이다. 긴급조치9호가 발동된 지 딱 40년만이다.

지난 1975년 5월 선포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영장없이 끌고가 감금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었다. 무려 4년간이나 지속된 긴급조치 9호로 800여명에 달하는 지식인, 청년, 학생들이 구속됐다.

감시와 처벌이 일상화 돼 '전 국토가 감옥이고, 전 국민이 죄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유신헌법은 긴급조치의 든든한 법적 근거가 됐다. 악법으로 인해 통치권이 얼마나 남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대의 아픔이었다.

1978년 서울대 재학생 시절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끌려가 20여일 동안 갇혀 지냈던 최모 씨도 긴급조치9호 피해자 중 한명이었다.

최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심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는 위헌 무효"라고 선포했기 때문에 최씨는 뒤늦게라도 소송으로 억울함을 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의 논리는 이렇다. "긴급조치 9호가 뒤늦게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당시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지 불법은 아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대법원의 주장은 현행 민법상 논리로는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긴급조치 9호가 위법이라고해서 당시 대통령의 발동권 자체도 위법이라면 온 국민이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진 '간통죄'를 예로 들기도 했다. "간통죄가 위헌이 됐다고 해서 간통죄를 집행해온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법률가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아쉬워하고 있다. 대법원이 유신헌법을 일반 법률과 같은 선상에 놓고 민사상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의 악법일지라도 법은 법이기 때문에 법대로 한 대통령에겐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소극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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