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삼성보행통로'가 강남역 침수대책 방해물이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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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 소통부재가 낳은 어이없는 도시계획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시가 강남역 일대 침수발생 매커니즘을 분석해 집중호우때 상습침수원인을 4가지로 정리했다고 17일 보도해드렸습니다.

분석 결과, 폭우 시 상습침수 원인은 ▲항아리 지형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 부족 ▲삼성사옥 하수암거 시공 오류 등 4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이 강남역 삼성사옥 하수관로 시공 오류입니다. 어렵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얘기입니다.

2010년 삼성사옥이 강남역 주변에 완공되면서 동시에 강남역과 삼성사옥을 연결하는 '지하보도통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삼성맨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보도죠. 그런데 문제는 이 지하통로때문에 인근을 지나는 하수관로가 역경사관로(︹)가 돼버린 겁니다.

'ㅡ'자(字)형관이어야 할 하수관로가 '역경사관로'가 됐기때문에 당연히 배수관로에서 기능상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래 설계상 제기능의 15%밖에 역할을 못하게 된겁니다. 집중호우시 제 역할을 못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왜 '역경사관로'가 만들어졌을까요? 강남역 침수방지를 하겠다며 추가로 설치한 하수관로가 '엉터리 역경사관로'가 된 사연을 추적해 봅니다.

강남역-삼성주변 하수관로

 

위 지도에서 보시는대로 보라색 ①번과 ②번 보라색 선은 강남역과 삼성사옥 주변을 지나는 두개의 하수관로입니다.

원래 ②번 하수관로가 있었지만 2003년 강남역에서 집중호우로 침수가 발생하자 서울 서초구청은 ①번 하수관로를 새로 만듭니다.

①번 하수관로는 2003년 7월에 계획이 세워지고 2005년 설계, 2008년에 착공에 들어간 다음 5년 뒤인 2012년에 공사가 완료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2007년부터 발생합니다. 삼성그룹은 강남역에 본사를 옮기기로 하고 삼성사옥 건설을 위한 도시계획을 서초구청에 요청합니다.도시 계획 입안단계에서는 건물 뿐만 아니라 지하 하수관로 등 예견된 시설까지 모든 검토가 이뤄집니다.

이지역은 강남역 지하상가가 주변에 위치해 있기때문에 상당히 복잡합니다. 삼성은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강남역에서 삼성사옥으로 바로 연결되는 '지하보행로'를 요구합니다. 지하보행로는 서초구청이 당시 공사중인 ①번 하수관로와 O(타원형 점선)표 친 부분에서 만나게 돼있습니다.

◇ 서초구청 물관리과-도시계획과간 '엉터리 협의'로 역관로 탄생

그런데 서초구청 물관리과(과거 치수과)는 어찌된 이유인지 도시계획 협의과정에서 서초구청 도시계획과에 "하수관로를 묻을 자리"라고 얘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별 의견이 없다"고 통보해버리고 맙니다.

분명히 공사중인 하수관로가 삼성이 만드는 '지하 보행통로'와 만나는데도 해당과에서 무시해버리자 서초구청 도시계획과는 '삼성 지하보행로'를 포함한 도시계획을 확정하고 서울시에 보내버립니다.

이렇게되자 결국 삼성-강남역지하보도통로를 만나게 된 ①번 하수관로는 지도에서 타원형 점선으로 된 부분에서 겹치게 돼버렸습니다.

결국 서초구청은 하수관로가 삼성지하통로를 만나게되자 해당 부분을 '역경사관로'로 만들게 됩니다.(아래 지도 참조 -삼성사옥 역경사 관로)

삼성사옥 인근 역경사관로 (서울시 제공)

 

역경사 관로는 당초 'ㅡ'자(字)형관보다 높이가 1.8m나 높게 설치됐습니다. 그리고 역경사 관로 구간은 연장길이가 62m에 달합니다. 60여m구간에서 하수관로가 이어진 하수관로보다 보통 사람키보다 높게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하수관로가 역경사로 설치되다보니 당연히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하수관로는 원래 '가로 2.5M 높이 2.5M'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역경사 구간에서 하수관로는 높이가 1.5m로 낮아지고 폭은 4.5m로 늘어나게 됩니다. 한마디로 '기형적인 구조'이죠.

삼성본사 관련 도시계획 수립과정에서 서초구청내 해당과 사이에 대화가 원만히 이뤄졌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엉터리 하수관로'가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니 삼성은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초구청과 서울시의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지하보행로'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에서 삼성의 얘기는 맞습니다. 공무원들이 예상되는 '쟁점'을 미리 회피했으면 될인데도 그렇지 못한거죠.

◇ 서울시 "역경사관로 정상화 불가피"…삼성지하통로 폐쇄도 가능

그렇다면 이 '역경사관로'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강남역에서는 2010년과 2011년 집중호우가 내려 물난리를 겪어야 했습니다. 물론 강남역 침수 재발방지를 위해 이 하수관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침수방지를 위해 추가로 건설한 하수관로인 만큼 최악의 물난리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는 10년빈도로 발생하는 시간당 80mm의 집중호우에서 강남역을 침수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역경사 관로'를 정상화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삼성지하통로가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졌지만 하수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면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하기때문에 반드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시설물(지하보행로)로 인해 하수관리 시설이 제약을 받게 된 셈인데요.

서울시와 삼성그룹은 이미 이와관련해 두세번의 협의를 가졌습니다. 2013년부터 2014년 3월까지 대화를 가졌는데요. 삼성측은 "정상적 절차를 거쳐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졌기때문에 역경사하수관로 정상화를 위한 재정적 부담을 할 수 없다"고 서울시에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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