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자료, 원전부품 제조가능한 수준
-UAE, 사우디 수출한 최신 자료 유출
-자료공개로 원전수출에 적신호 켜져
-한수원 보안인식 안바뀌면 재발 가능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작년 말 원전 설계도를 SNS로 공개했던 해킹조직이 어제 또다시 추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 해커조직은 자신들이 확보한 원전자료를 다른 나라에 넘기겠다는 협박과 함께 타국에 유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에 공개적으로 돈을 요구했는데요. 연이은 원전자료 유출로 국민들의 불안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어느 정도 수준이고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지, 전문가의 의견 함께 듣겠습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서균렬 교수입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서균렬>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어제 이른바 원전반대그룹 회장이라고 밝힌 존이라는 인물이 SNS로 원전자료를 공개한 것인데요. 교수님도 보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자료였습니까?
◆ 서균렬> 기본적으로 설계 자료인데요. 아마 한수원에서는 뭐 폐기된 자료라고 변명할 수는 있지만, 어제 공개된 자료 중에서 9장 정도 겹쳐 있는 도면을 보면 상당히 세밀합니다. 수치, 공차 등을 보면 웬만한 중공업 회사라면 일부 부품이지만 제작이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건 오래되고 새롭고를 떠나서 절대 누출이 되지 말았어야 할 그런 자료가 또다시 공개가 된 것이라서 다시 한 번 안타깝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무언가 제작이 가능한 자료라는 말씀인데요. 그러면 이 설계도로 뭘 만들 수 있는 건가요?
◆ 서균렬> 어제 공개된 자료 중에 하나는 잔열제거계통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나서 원전이 정지된 다음에 과연 열을 제대로 식힐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장치입니다. 원전을 제대로 식히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후쿠시마처럼 또 녹을 수가 있겠죠. 이런 중요한 계통에 대한 자료가 있었어요. 물론 전체적인 도면은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하겠지만, 문제는 단 한 편이라도 이런 부분이 공적인 영역으로 발표되어서는 안 되겠죠.
◇ 박재홍> 그러면 이번에 공개됐던 자료를 과거 자료와 비교해보면 수위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서균렬> 네, 수위도 높아졌지만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지금 보면 UAE에 수출한 우리 신형 경수로 APR 1400, 그리고 최근에 박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사우디아라비아에 관련된 중소형 원전, 그리고 심지어 월성 1호기 같은 중수로, 그리고 표준형 원전까지해서 하여튼 우리가 갖고 있는 최신 기술은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 해킹조직이 유출정보를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보가 다른 나라에 갔을 때 어느 정도 유용한 자료인가요?
◆ 서균렬> 문제는 적어도 원전수출을 꿈꾸고 있는, 그리고 계속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도면이 흘러 다니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미국이나 프랑스나 일본처럼 소위 경쟁국가 또는 경쟁회사에 알려지게 된다면 그건 우리에게 굉장히 불리한 점이 됩니다. 누가 원전자료가 떠돌아다니는 나라, 또는 회사의 원자력발전소를 구매하려고 하겠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벌써 수천억 원을 넘는 원전 증건만큼이나 아까운 돈을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뜨릴 수 있는 그런 결과도 가져올 수 있겠네요.
◆ 서균렬> 그렇습니다. 이들이 노리는 게 바로 이게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 박재홍> 그러면 우리 정부에 돈을 요구했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새로운 점인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서균렬> 글쎄요. 이런 식으로 해서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들이 이런 정도로 지능적이라면 이번 요구도 또 지난번처럼 연막작전일 것입니다. 작년 12월에 성탄절에 원전정지를 하겠다고 위협했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됐습니까? 국가 자체가 정지됐지 않습니까? 이들은 소기의 목적을 몇 십배나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이들은 돈을 노린 게 아니고 벌써 우리 원전수출에 빨간불을 켜면서 그 몇 십 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는데요. 그런데 그런 점에서 한수원도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미온적입니다. 한수원에서는 ‘벽돌 2장 가지고 집을 어떻게 짓겠느냐?’라고 하는데. 그러다가는 나중에 금고를 통째로 털릴 수도 있을 겁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문제는 한수원의 반응인데요. 교수님도 잠깐 말씀하셨습니다마는 이 유출 자료에 대해서 ‘과거 공개된 수준과 같은 자료다. 큰 일이 아니다’ 이렇게 대응하고 있습니다마는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한수원의 입장발표에 대해서요.
◆ 서균렬> 저는 자료누출보다도 또 걱정되는 건 한수원의 무사안일주의라고 봅니다. 작년 보세요. 네 차례 이상 이렇게 반복됐을 때 그때하고 지금하고 뭐가 달라졌습니까? 이 문제는 그대로 가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실무부장 한두 사람 정도가 보직해임 됐거나 그 정도입니다. 만약에 민간 기업에서 이런 사건이 났으면 그건 임원진이 전부 물갈이 됐을 것입니다. 책임을 물어야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더 이상 수세적으로 방어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나가야 되지, 그렇지 않으면 이보다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 박재홍> 일각에서는 이 해킹조직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의견도 있네요. 어떻게 보세요, 교수님?
◆ 서균렬> 저는 지난번에도 부정했었는데. 지금도 똑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궂은 일 있을 때마다 북한을 탓하는데요. 과연 북한이 이렇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경우에 따라서 뒤집어놓고 보면 정말 우리 원전산업이 제대로 가게 되기를 바라는 어떤 충정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굉장히 이상한 말씀을 드리는데요. 그만큼 우리의 원전산업, 특히 한수원의 전체적인 틀이 많이 병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모든 걸 볼 때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이나 중국이 아니고 뭔가 내부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것의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 한수원의 방만한 경영 또는 이렇게 느슨한 수비자세를 조롱하는 그런 집단이 있는 건 아닌지 거기까지 걱정이 미치는 것이죠.
◇ 박재홍> 그래서 작년 말에 정부합동점검단이 ‘원전제어시스템의 일부 USB와 PC에 웜바이러스 치료기록이 있었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치료기록이 있었다는 건 바이러스 침투가 있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향후에도 이 시스템 안에 있는 바이러스가 다시 또 활동을 시작해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을까요?
◆ 서균렬> 충분히 있죠. 이 바이러스라고 하는 건 치료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요. 잠복해 있다가 활동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바이러스가 증식을 합니다. 소위 복제라고 하는데요. 이게 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산 시스템 자체를 통으로 바꾸지 않는 한은 얼마큼 자료가 유출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상황은 계속 재현될 거라고 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면 후에 이 해킹그룹들이 추가 자료를 공개할 가능성도 있겠군요.
◆ 서균렬> 아마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는 이 정도까지 했으면 벌써 한수원,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제 인식을 했을 수도 있고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되고요. 그런데 계속 ‘폐기된 자료다, 벽돌 두 장 수준이기 때문에 건물에 문제가 없다’ 이렇게 나온다면 아마 계속 할지도 몰라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시늉이라고 하면 자료 공개가 더 이상 진행되지는 않을 텐데 지금처럼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범위가 넓어지는 자료를 공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죠.
◇ 박재홍> 그러니까 한수원의 대응이 더 바뀌어야 한다 그런 말씀이시네요.
◆ 서균렬> 확 바뀌어야 합니다.
◇ 박재홍>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서균렬>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서균렬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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