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의 양자대화를 거부한다고 공식으로 밝혔다. 특히 미국의 일부 언론들 사이에서 대북 압박론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정부 역시부시 행정부 처럼 ''북미 양자회담은 안된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북미 양자회담 안된다" 분명히 해
미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우리시간으로 14일 새벽 미 CNN 방송과의 특별회견에서 "북한의 핵 문제는 지역적, 국제적 문제인 만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CNN 앵커인 울프 블리츠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핵 양자대화를 제기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했고 반기문 장관은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반 장관은 "지난해 9월 3차 6자회담에서도 그랬고 앞으로 6자회담이 열리면 북미간의 직접, 양자대화는 많을 것으로 안다"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현 상황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지만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또 "김정일 위원장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룰지 예측할 입장이 아니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의 정치, 사회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핵 문제는 6자회담 틀 내에서 다뤄져야" 북한은 예전부터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희망해 왔다.
지난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 나온 직후 북한의 유엔 주재 한성렬 차석 대사도 미국과의 양자회담이면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미국과 양자대화를 가져야만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보장받을 수 있고 현재의 정전 체제를 북미 평화조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일대일, 직접 대화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한과 마주 앉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지난해 11월 2일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케리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양자대화를 추진했겠지만 현재의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한 부시다.
극도의 불신, 북한과 마주 앉는 것 자체를 꺼려 부시 행정부가 양자대화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은 지난 94년 북한과 양자대화를 통해 제네바 합의를 했으나 북한이 이를 헌신짝 처럼 어겼다는 전례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얻어내는 단계에 가서는 포기 댓가로 북한에 지불할 돈이 필요한데 그 자금은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나와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국과 일본, 중국을 대북 핵 문제 협상에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정부 역시 부시 행정부의 양자대화론에 찬성하는 이유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경우에 따른 국내 여론의 뭇매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 모두 북한 핵 문제를 정권 보호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나 판단된다.
북핵 포기 대가 치르는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필요 한미 외무장관 회담은 우리시간으로 14일 밤 자정을 넘겨 미 국부부에서 열린다.
우리측에서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송민순 차관보, 김숙 북미 국장, 그리고 한승주 주미 대사가 참석하고 미국측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내정된 크리스토프 힐 주한 미 대사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미 외무장관들은 회담을 한 시간 가량 가진 뒤 미 국무부 뜰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회담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반기문 장관은 라이스 장관과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이후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잇따라 만날 계획이다.
한미 외무장관의 최대 의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 선언에 대한 대응 방안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회담을 통해 북한의 후속조치별 대응책과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다자간 외교노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한미 외무장관들은 일단 북한 핵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보고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가진 전화통화에서도 북한 설득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기문 장관은 외무장관 회담이 끝나면 한국과 미국의 북핵 대응책을 말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당장 유인할 만한 대책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반기문 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전망했다.
북한 협상 테이블로 당장 유인할 만한 대책 나오지 않을 듯 한편 미국 행정부 내에서 대북 압력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겉으로는 여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행정부 내의 강경파와 매파 언론인들이 북한 공세를 가시화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13일 체니 부통령이 대북 비료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거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새로운 경제 압박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으며, 네오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인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닝 포스트지는 대북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제는 한국과 중국에게 대북 압박을 높이도록 압력을 가할 때라는 데 미 행정부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와 관련해 한발짝만 더 나가면 미국 내의 대북 압박, 제제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워싱턴=CBS 김진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