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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세종 총기난사' 경찰과 전문가의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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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기관리 하자없다" 전문가 "굉장히 허술"

(동영상=前 동거녀 가족 3명을 살해한 용의자 강모(50)씨가 사건 당일인 25일 아침 6시 25분쯤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에 보관 중이던 자신의 엽총 2정을 출고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엽총을 난사해 4명이 사망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찰의 총기관리가 더욱 강화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분노조절장애나 우발적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자짓 총기까지 동원되는 유사범죄가 이어지지 않을까 경찰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 4명이 죽었는데 경찰은 "총기 입출고 하자 없다" 되풀이

25일 오전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에서 강모(50)씨가 전 동거녀 남편과 부친, 오빠를 엽총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총기관리 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사고 직후 경찰의 총기 관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자하 세종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중간브리핑에서 "수렵기간에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전국 어느 경찰관서에서도 (총기) 입출고가 가능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기 입출고 규정상 법적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이날 자료를 내고 "총기 입출고시 안전관리수첩, 총포화약안전관리시스템, 일일보관현황 대장에 일일이 기록하는 것은 물론 출고 경찰서·지구대에서는 총기 반납여부를 매일 전산으로 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범행에 사용된 총기류 입출고 과정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고형석 기자)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총기허가를 받고 전국 경찰관서에 보관 혹은 관리 중인 총기 수는 16만3,664정.

이 중 일반인이 구입해 경찰관서에 보관했다 필요할 경우 꺼내 쓸 수 있는 엽총은 3만7,424정이다.

멧돼지 사냥용으로 주로 산탄(탄이 나가면서 흩어지는 탄환)을 장전해 쓰는 엽총은 파괴력이 커 사람이 맞으면 현장에서 즉사할 확률이 높다.

이에 따라 구경 5.5㎜ 이하 공기총을 집에 보관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달리 엽총은 수렵기간 정해진 시간에만 불출받아 쓸 수 있도록 운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사냥용으로 신고한 뒤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허가만 받으면 이후에는 별다른 제재 없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총기관리에 하자가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것.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 본질은 국가에서 허가해준 총기가 살상용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총기허가는 내줄 때만 심사 과정을 거치고 이후에는 심사가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처럼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정기심사 아니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총기관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다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13조는 심신상실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콜중독자, 정신장애자, 특정 강력범죄를 범해 징역 이상 형의 집행유예선고를 받고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에게 총기 소지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총기허가 과정에서 정신병력을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데다, 한 번 소지가 허용되면 이후 별다른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배상현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내 생활질서계에서 총기 관리를 하는 데 매우 허술하게 운영된다"며 "총기소지 허가과정에 총포상 주변 브로커들이 개입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경찰서에 보관된 총기가 출고되기 하루 전날 출고하는 사람의 정신상태가 매우 중요하다"며 "현시스템에서는 총기 사용 목적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기 때문에 악용 소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이어 "지구대나 파출소를 넘어 상위기관인 경찰서나 지방경찰청에서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며 총기 출고 전에 위험성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량 살상무기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 우발적 폭력 증가하는데 총기까지 동원?

(사진=고형석 기자)

 

세종시 총기난사 사건 배경이 치정과 원한, 금전관계가 얽힌 복합적인 문제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총기관리가 허술하면 우발적 범죄에도 총기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터널 인근 도로에서 끼어들기를 하다 시비가 붙은 남성이 삼단봉을 휘두르거나, 이별통보에 앙심을 품고 여자친구를 차로 들이받는 등 '홧김에 저지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슈퍼마켓 인수문제로 갈등을 빚던 여성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끝내 사망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폭력범 36만6천 명 가운데 15만2천 명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이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실제로 총기가 동원된 우발적 범죄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26일 새벽 1시50분쯤 전남 담양군 한 농장에서 종교문제로 다투던 70대 장인이 20대 사위의 얼굴에 공기총을 발사한 아찔한 사건도 있었다.

같은달 14일에는 충남 청양 장평면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조모(56)씨가 아내의 가슴에 공기총을 발사하기도 했다.

2013년 5월18일에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에서 이모(62)씨가 사격장에서 탈취한 엽총을 발사해 내연녀를 살해했다.

같은해 10월에도 인천 옹진군 영흥면에서 이모(73)씨가 지인과 다투다 홧김에 엽총을 발사해 1명이 숨졌다.

배상현 교수는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없다보니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는 홧김 범죄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총기는 통상 중산층 이상이 소지가 가능한 만큼 최근의 총기 관련 상해·살인 범죄는 과거 저소득층이 느끼던 사회적 불만과 스트레스가 중산층까지 올라왔다는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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