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행정자치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의식을 고취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폐지된 국기하강식을 부활하고, 태극기 게양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강제적인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행자부의 이같은 방안은 각 부처 협의과정에서 현실성이 없거나 규제부활이라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쳐, 면밀한 검토도 없이 이뤄진 졸속행정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행자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전국 부단체장 회의를 하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저조한 태극기 게양 비율을 높이고, 국가의식을 고취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국기하강식을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르면, 각급 학교와 군부대에는 매일 낮에 국기를 게양하고, 국기를 게양하거나 하강 할 때는 애국가를 연주하도록 돼 있다.
행자부는 이 법령을 근거로 각 학교에서 국기하강식을 부활하도록 각 자치단체에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국기하강식은 국가권력에 의해 강요된 조치라는 국민적인 반발로 각급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이어서, 각 지역 교육청에서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행자부의 안에는 심지어 학생들에게 태극기를 게양한 사진을 찍어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행자부는 이같은 방안을 자치단체는 물론 교육부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교육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에서는 “반지하 주거지는 국기꽂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휴대폰이 없는 빈곤 학생들도 많은 형편에, 태극기 게양사진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는 또 난간이 없어 국기꽂이 설치가 어려운 주상복합건물에는 국기게양대를 의무 설치하는 방안도 국토부와 협의했다.
국기게양대를 건축물에 의무 설치하려면,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야한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국기게양대 의무설치는 지난 99년 규제개혁차원에서 폐지한 조항으로 다시 부활시킬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자부는 이와 관련해 ‘난간이 없는 아파트 등은 국기꽂이가 없어 지자체를 통해 동별 출입구에 국기꽂이 자율 설치를 권장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행자부가 추진하던 안이 다른 부처의 반대로 모두 무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행자부가 면밀한 검토나 사전 협의없이 국가의식고취라는 명분을 앞세워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박근혜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을 언급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국제시장’에서는 언쟁을 벌이던 부부가 국기하강식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싸움을 멈추고 경례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을 좀처럼 찾기 힘든 요즘, 정부의 국가의식 고취를 위한 방안추진은 납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