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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댓글도?'…막말판사로 본 '표현의 자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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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수원지방법원 이모 부장판사가 지난 2008년부터 쓴 1만여건의 댓글은 세간에 충격을 줬다. 자신이 판사임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의 네티즌으로 쓴 글이었지만 댓글 수준이 일반 상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사의 신분과 댓글 내용이 세상에 알려진 이상, 의심할 여지 없이 중징계 사유가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투신의 제왕'이라고 표현하는 등 모욕죄가 적용될 정도의 저질 표현은 판사로서가 아닌 일반 네티즌으로서도 부적절하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SNS나 댓글 등을 통해 사이버 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이 다양해질 수록 판사를 비롯한 숱한 공직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막말 댓글 판사 논란은 공직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범위를 다시금 돌이키게 한다.

◇ 동료 판사들도 손가락질하지만 속 마음은 복잡…'댓글 달까 말까?'

이 판사의 댓글 활동이 보도된 후 동료 및 선후배 판사들의 첫 반응은 "충격적이다"는 것이었다. 이 판사를 알던 지인들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놀라움부터 "판사가 아니라 네티즌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글이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와 걱정도 나왔다. "댓글을 가끔 쓴 적이 있는데 문제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나도 걸리는 것 아니냐"며 쓴웃음을 짓는 판사들도 다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걸렸는지, 누가 언론사에 댓글 사실을 제보했는지"를 기자에게 되묻는 판사들이 많았다.

그만큼 판사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평소 인터넷 모니터 앞이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표현의 자유 영역에 대해 고민하던 판사들은 말그대로 이번 사건이 '뜨끔'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상당수 판사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에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익명의 아이디로 기사의 댓글도 달고 '좋아요'나 '추천'을 누르기도 한다.

페이스북을 하는 모 판사는 "판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당당히 누리고 싶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판사들의 사적글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기호 진보당 의원이 판사 재직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올렸다 논란이 됐고,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글을 올려 중징계를 받았다.

특히 법관이라는 직업의 권위와 특성에 비춰 다른 공직자들보다 더 절제된 정치적 중립 요구를 받게 마련이다. 법관이라도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소통할 권리가 있고,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과 엄격한 정치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반대 입장은 그래서 늘 충돌한다.

◇ 막말 댓글은 용납 안되지만, 표현의 자유 자체를 억압해선 안돼

전문가들은 이번 막말 댓글 판사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불미스러운 일이었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일반 네티즌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도 하더라도 표현의 저급성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특히 법관으로서 자신이 판결한 사건이나 동료 판사들이 판결한 사건에 대해 뒷 이야기를 전하거나 논평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이 한 재판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거나 논평을 하는 것은 절대 금지돼 있다. 이는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며 사법부를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는 일이어서 징계 사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히 이 판사가 근무시간에도 댓글을 달았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성실 의무나 직무 전념 의무에도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다. 판사라는 직위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표현의 저급성을 문제 삼아야지, 표현의 자유 자체를 억압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 등 공직자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가 부여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존중돼야 한다"면서 "이번 건의 경우 표현의 저질성을 문제삼아야지 표현의 자유 자체를 막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 보다는 엄격하게 규정돼 있어 이를 큰 측면에서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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