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현직 고위법관이 지난 2008년부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막말 댓글 수천 건을 올려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지법 이모 부장판사가 작성했다는 댓글은 법관으로서의 품위와 양식 균형감각은 찾아볼 수 없고 상식 이하의 표현과 막말로 가득해 최고의 지성이라고 하는 현직 판사의 글이라고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판사자격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댓글의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기에는 그의 글이 너무 원색적인 비난, 악성 댓글로 가득차 있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구속됐다는 내용의 기사에 '종북 세력을 수사하느라 고생했는데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댓글을 달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투신의 제왕'으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촛불 폭도'로 지칭하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BBK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이 비난 댓글을 달자 "이런 거 보면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 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이라는 댓글까지 썼다.
용산참사에 대해 "실수로 집단 분신자살을 하면서 경찰 한 명 애꿏게 같이 죽은 사건"이라고 한 것이나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빨갱이 한 놈 잡는 데에 위조쯤 문제되겠나'라고 한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으로 비하한 20대가 구속됐다는 기사에는 "모욕죄를 수사해 구속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또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전라디언'이라는 용어를 쓰는 등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가 하면 저급한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의 행태는 법관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을 넘어 국민들이 사법 불신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이 부장판사가 지난 20여년간 판결을 내려왔다니 이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익명으로 쓴 댓글이기 때문에 그럴 뿐 실제 재판에서는 공정하고 균형있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최근 인사에서 서울로 발령을 받은 이 판사는 오늘도 10건의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연가를 낸채 출근하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사안이 엄중하다.
사법부와 판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건으로 판사 임용과정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판사의 진정한 권위는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했다거나 연수원 성적이 높았다는 사실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 공정성과 판단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