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의정보고서보다 더 못해
-흡수통일론, 한중관계에도 악영향
-비사공개, 기밀누설죄 적용 논란도
-現정권 참고? 왜 만천하에 공개하나?
-MB, 왜 비난과 혐오 대상 자처하나?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노회찬 (정의당 前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전 정권뿐만 아니라 현 정권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그 파장과 논란이 더 거셀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전·현 정권이 모두 거론된 회고록을 보는 제3의 시선은 어떨지도 궁금한데요.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를 연결해서 이 논란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노회찬 전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노회찬>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일단 회고록의 내용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 노회찬> 이명박 대통령 측에서 PDF 파일을 뿌렸더라고요. 그것을 구해서 한 번 다 봤습니다. 저는 국가최고지도자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기 때문에 국정 철학과 고뇌에 대해서 살펴볼 기회가 되기를 바랐는데요. 대부분의 내용이 자신이 곤경에 처했던 주요 쟁점에 대한 변명과 합리화로 가득 차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보다도 더 못한, 국회의원 의정보고서는 업적을 과장하는 일은 있어도 변명하거나 이런 일은 별로 없는데요. 그런 점에서 실망이 컸습니다.
◇ 박재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 노회찬> 대통령의 회고록이 이렇게 쓰여지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 그런 점에서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러면 가장 문제였다고 보신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 노회찬> 후진타오 정상과 한중 정상회담을 했던 내용 중에서요. ‘통일 문제와 관련해서 남한이 주도하는 흡수통일 방식의 통일 청사진을 자신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얘기했다.’ 이렇게 자랑삼아서 얘기하는 대목이 있는데요. 이제까지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해서 한국 역대 정부들이 흡수통일은 우리의 노선이 아니다, 이렇게 천명해왔던 바를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거든요.
이런 발언을 비공개 회담에서 했다, 또 그것도 최초로 자신이 했다, 이걸 자랑삼아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한중관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히 문제가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이런 대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볼 때 국가나 국민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개인의 정치적인 기반과 이해관계를 앞세운 회고록이란 점에서 이건 상당히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한중관계 말씀하셨습니다만, 남북관계 특사와 관련해 회담 내용이 공개된 부분이 있고요. 또한 한미 FTA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부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 노회찬> 네. 그 내용 중에 보면 2011년 베이징 회담을 설명하면서요. 비공개 회담을 공개하는 것은 국제관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다 공개 안 하겠다.' 이렇게 언급한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다른 부분에 가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기술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실제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그 당시 정문헌 비서관이 NLL 대화록 유출한 걸로 최근에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지 않았습니까?
◇ 박재홍> 예.
◆ 노회찬> 그 사건을 연상케 하는 그런 대통령 기록물을 불법적으로 공개한 문제, 그리고 공무상 취득한 기밀을 누설한 문제에 있어서 이건 사법적인 법 적용의 문제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김두우 전 수석은 '그런 부분을 다 검토했다, 그리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보면 매일매일 대통령의 삶을 공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이렇게 반론을 하고 있는데요.
◆ 노회찬>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대충해서 넘어갈 문제는 아니죠. 아까도 제가 인터뷰를 들으니까 신문에서 다 나온 얘기라고 하셨는데요. 사실 신문에 안 나온 이야기들 때문에 지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다들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대단히 많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법에 대한 감각이 일반 국민 상식하고 많이 다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NLL 대화록도 자신들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 함부로 공개해서 지금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 박재홍> 그리고 회고록을 낸 의도가 '다음 정권에 참고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요. 지금 논란이 굉장히 심하게 나오고 있는데, 제작의도와 결과물이 전혀 다르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 노회찬> 그럼요. 진심으로 남북관계든, 차기 정권이 일을 할 때 자신들의 경험이 도움이 되도록 할 목적이라면 조용히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죠. 이걸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하듯이 하는 건 제가 볼 때는 국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겁니다.
◇ 박재홍> 국정개입이다?
◆ 노회찬> 그럼요.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는 정권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자신들의 입장대로 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걸 강요하기 위해서 밝혀서는 안 되는 기밀사항까지 다 밝혀가면서 일을 어렵게 만드는 거죠. '나도 남북정상회담을 이런 이유로 안 했기 때문에 당신들도 웬만하면 하지 말아라.' 하면서 못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퇴임한 대통령으로서는 금도를 벗어난 행위라고 봅니다.
이건 자신들의 경험을 후대에 교훈삼기 위해서 회고록을 남기는 것과는 다르게 당장 오늘과 내일의 남북관계나 어떤 제반 정치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행위로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선 아주 공격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회고록이 나온 시점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김두우 전 수석은 ‘원래 쓰던 일정에 따라서 예정된 시점에 나왔을 뿐이다.’ 이렇게 해명하고 있는데요. 노 전 대표님은 출판 타이밍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노회찬> 자신들이 출판을 좀 빨리하고 싶었다면 1년 전에도 낼 수는 있었겠죠. 그러나 지금 시기에 낸 것은 그런 업무상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볼 때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점을 치고 사실 이제 내려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고요. 그동안 자신들의 어떤 정치적인 여러 가지 대목들에 대해서 궁색하게 반격을 가하는, 이건 단순히 지난 2008년에서 2012년까지 5년을 재해석한다기보다는 살아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친이계의 입지를 열어가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 박재홍> ‘살아 있는 정치세력이고 아직 죽지 않았다.’ 이런 해석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보시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지난 정권과 현 정권 사이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 노회찬> 네. 이 대목에 보면 현 정권만이 아니라 그 이전의 정권들에 대해서도, 심지어는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도 IMF의 잘못된 권고를 그대로 수용했다는 식으로 간접 비판하고 있어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FTA 문제점 등 여러 가지 비판을 하고 있고요. 사실은 전방위로 공격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 걸 통해서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바꿔보려는 그런 시도로 보입니다.
◇ 박재홍>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회고록을 너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는 ‘아직도 전직 대통령이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 유감스럽다.’ 이런 말도 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노회찬> 비난과 혐오의 대상을 왜 자처하고 있는지 저는 참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불을 지른 사람이 왜 연기가 나느냐고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거죠. 그런 해석이 유감스럽다면 책을 내지 말았어야죠. 책에 보면 대단히 도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 사퇴한 대목까지도요. 좀 부끄럽게 여겨야 하고 대법원 유죄판결까지 받은 대목인데요. 여기에 대해서 반성하는 내용은 없고 오히려 당시 기성정치권의 견제와 반감 때문에 자신이 보복당했다는 식으로 기술돼 있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이건 정상적인 회고록이라기보다는 대단히 정치적인 목표와 계획 하에 쓰인 거라고 봅니다.
◇ 박재홍> 성찰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의견이세요.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노회찬>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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