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사모펀드 해외투자 과정에서 벌어지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투자자를 상대로 모은 자금을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한 펀드다.
공모펀드는 규모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채권 등 유가증권에도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 때문에 사모펀드가 재벌들의 계열사 지원과 내부자금 이동수단, 불법적인 자금이동 등에 악용될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 데다 최근에는 해외투자 사모펀드가 조세회피 수단으로까지 악용된다는 지적까지 일자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29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7월 한국국제조세협회에 발주한 '해외투자 사모펀드의 조세회피 방지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28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모펀드 같은)간접투자 상품에 어떻게 과세를 할 것인지가 주요 내용"이라며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르면 과세 사각지대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규모는 190조로 전체 펀드 중 50%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6조6000억원 규모에서 5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공모펀드는 2010년 28조3000억원 규모에서 2014년 말 25조100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국내법상 신탁형태의 역외 사모펀드는 국세청의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세조세조정에관한법률이 규제 대상을 '법인격이 있는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법인격이 없는 신탁형 사모펀드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실제, 사모펀드를 이용할 경우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가 사모펀드의 투자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신탁회사에 있다. 투자자 정보가 국세청에 제공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을 적용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리 과세당국도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역외사모펀드 과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회장으로 금융조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조세포럼은 지난해 12월 '사모펀드의 해외투자 조세 회피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관련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손영철 세무사는 "역외펀드를 통한 조세회피 가능성은 사모펀드를 통해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모펀드를 통한 해외투자에 대해 외국환거래규정이나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상 조세피난처 세재 적용대상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