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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한라산 피우는 저소득층, '경제적 부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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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흡연 자료사진. (황진환 기자)

 

담뱃값 인상이 우려했던 대로 독거노인과 일용직 같은 저소득 빈곤계층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담뱃값이 오른 이후 쪽방촌 등 현장에서 만난 빈곤계층들은 하나같이 담뱃값 인상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독거노인 등 저소득 계층이 모여 살고 있는 대전 동구 신안동의 한 주택가 인근에서 만난 김학운(78) 할아버지는 “우리 같은 사람은 다 죽으란 소리”라며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김 할아버지가 피우고 있는 담배는 라일락.

혼자 살며 특별한 벌이가 없는 김 할아버지가 피울 수 있는 그나마 싼 값의 담배다.

하지만 라일락은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기존 2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50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김 할아버지는 이번 담뱃값 인상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 마디로 못 박았다.

김 할아버지는 “기껏해야 500원이나 1000원 정도 오를 줄 알았다”며 “이렇게까지 올려버리면 나 같은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사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할아버지는 현재 값이 오르기 전 사둔 담배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값이 오르기 전 많이 팔지도 않는 데다 돈마저 얼마 없어 많은 양을 사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를 딱하게 여긴 동네슈퍼 주인의 배려로 보름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을 겨우 구했다.

김 할아버지는 “담배를 구하고 나니 앞으로 써야 할 돈이 부족해졌지만,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끊으면 속이 편하지만, 5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어찌 한 번에 끊을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할아버지를 만난 뒤 인근 정동 쪽방촌에서 만난 양광식(60) 씨.

양 씨 역시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담뱃값 인상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양 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자.

공사 현장을 돌며 하루에 8만 원 정도의 일당을 받는다고 했다.

30년 동안 담배를 피워온 양 씨가 현재 피우는 담배는 한라산.

김 할아버지가 피우던 라일락처럼 그나마 싼 값의 담배지만,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역시 기존 2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

양 씨는 하루에 두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오른 담뱃값대로 라면 오르기 전보다 배인 한 달 24만 원을 써야 할 판이다.

양 씨는 일용직 건설 일을 하다 보니 몸이 힘들고 담배를 끊기도 어렵다고 했다.

양 씨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담배가 4000원 주고 산 담배”라며 “일단 끊기보다는 조금씩 줄여나간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동을 인근 소제동에서 만난 정진만(77) 할아버지.

정 할아버지도 앞서 만난 김 할아버지와 양 씨처럼 비교적 저렴한 한라산 담배를 태운다고 했다.

정 할아버지의 경우 부담이 더 심하다.

하루에 피우는 양이 두 값을 넘는 데다 “설마 2000원이나 오를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면서 남들처럼 미리 담배를 사두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정 할아버지 역시 “부담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아직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정 할아버지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타지에 사는 자식들은 이 기회에 끊으라고 말하지만, 혼자 사는 노인이 담배 없이 무슨 낙으로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자 240여만 명의 건강보험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오래, 더 많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한 갑씩 30년간 흡연한 장기·다량 흡연자(30갑년 흡연자)는 전체 흡연자의 17.5% 수준으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월등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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