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커피숍· 음식점에서도 흡연자들 퇴출시키고, 심지어 내 집에서도 윗집 사람 때문에 담배 못 피우고… 이건 뭐 흡연자라고 마녀사냥 당하는 기분이랄까요."
텔레마케터 김모(31·여) 씨는 한참 밀려오는 전화를 받다 잠깐 쉬는 시간에 나와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김 씨는 "전화 상담을 하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푸는 데 담배만큼 좋은 것도 없었는데 이젠 정말 더러워서 끊는다. 이 담배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금연 정책을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흡연자들이 낸 세금이니 그들을 위한 곳에 돈을 써야 마땅한데 그것도 아니다. 정부의 금연 정책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담배 피울 곳은 사라지고 담뱃값은 올리고 '강제적 자유권 박탈' 아니냐"라며 "그럼 아예 마약으로 분류해서 팔지를 말든지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2015년 1월 1일, 김 씨와 같은 흡연자들에게 세상은 확 달라졌다. 새해부터 담배 가격이 2,000원씩 대폭 오르고, 금연구역이 모든 음식점과 커피숍·PC방 등 공중이용 시설로 확대되면서 흡연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다.
영업사원인 한모(33)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씨는 연말에 담배를 사려고 동네를 한바퀴 돌며 편의점을 다 뒤졌지만 허탕만 쳤다. 한씨가 기자를 만나 내뱉은 말도 "담배 살 만큼 돈도 못 버는데, 이젠 정말 끊어야죠"였다.
한씨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보통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하루에 한 갑씩 피워요. 그럼 2,000원씩 올랐으니까 새해부터는 한 달에 6만 원이 더 나가는 거고. 1년이면 70만 원이 넘잖아요. 1년에 연봉이 3,000만 원인데 이 연봉이 2~3% 오르면 60~90만 원, 비슷한 수준이 되죠. 연봉 인상분이 전부 담뱃값으로 나가는 지경이면 끊는 수밖에요."
한씨에 따르면 서민 흡연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그는 "전자담배 사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고, 돈이 안 되니까 그냥 끊는다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씨는 "당장 전자담배 값도 만만치 않다. 전자담배는 기곗값 이외에도 부속품에도 돈이 들고, 안에 점화 하는 게 닳기 때문에 그것도 갈아줘야 한다"며 "전자담배도 피우다가 경제적 여력이 안 되면 진짜 끊어야 하는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들에게 이제 담배는 한 시간 시급과 맞먹는 수준이 됐다. 공원 한쪽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던 대학생 유모(22) 씨는 새해부터는 담배를 끊겠다고 했다.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었다.
유씨는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담배를 샀는데, 갑자기 2,000원이나 오르는 건 좀 부담스럽다"며 "이제 담배가 거의 시급이랑 맞먹으니까, 저 말고도 담배 피우는 애들 대부분 끊어야겠다고들 하죠"라고 전했다.
자영업자 최동철(40) 씨는 정부의 금연 정책을 원망했다. 최씨는 "흡연자만큼 훌륭한 납세자가 어디 있느냐"면서 "훌륭한 납세자를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정부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흡연자들이 제대로 금연할 수 있는 정책부터 내놓는 것이 순서"라면서 "새해마다 세웠던 금연 계획을, 이번엔 정부로부터 '강제적'으로 강요받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