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상 일정에 따라 당장 다음 달부터 커피전문점들의 '흡연좌석' 운영이 금지되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흡연좌석을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지만, 이 경우 사무실이 밀집된 도심 지점을 중심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흡연 손님'을 잡기 위해 환기장치를 갖춘 밀폐형 흡연실을 따로 만들자니 최소 수 백만원의 시설비가 들기 때문에,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선뜻 공사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 본사, 가맹점에 "흡연좌석 없애라" 공문…매출 감소 뚜렷하면 흡연실 설치 불가피
15일 커피전문점 업계에 따르면 카페베네 본사의 경우 이달 초 이미 전국 900개 가맹점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흡연좌석 금지 법령 시행 시점(2015년 1월 1일)과 함께 대안들을 안내했다.
현재 카페베네 전국 920개(가맹점 900개·직영점 20개) 지점 가운데 약 40% 정도가 유리방 형태의 흡연좌석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가 제시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기존 유리방을 유지한 채 금연구역 표지판 등만 붙여 해당 구역에서도 예외없이 담배를 필 수 없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대로 된 흡연실을 운영하는 것인데, 이 경우 '영업공간'과 분리돼야하기 때문에 테이블이나 의자 등은 둘 수 없고, 공간을 완전 밀폐한 뒤 환기시설을 갖춰야한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음식점이나 커피점이 실내에 흡연실을 설치할 경우 담배 연기가 외부로 새지 않도록 완전히 차단된 밀폐 공간을 만들어야한다. 또 환풍기 등 환기시설도 갖춰야 하며, 재떨이 등 흡연에 필요한 시설 이외 의자 등 영업 시설은 둘 수 없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대체로 일단 가맹점주들이 다음 달까지 기존 흡연좌석에도 금연구역 표시를 붙이고, 유리방을 철거하기보다는 회의공간으로 제공하는 등의 가장 손쉬운 대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오피스(사무실) 밀집지역 지점의 경우, 이렇게 흡연좌석을 없애면 담배를 피우려고 커피점을 찾던 기존 회사원 손님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시행 후 실제 매출 타격이 클 경우, 아마 작은 규모라도 환기시설을 갖춘 별도의 흡연실을 만드는 지점들이 하나 둘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커피전문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455개 지점을 거느린 할리스도 10% 정도인 직영점을 빼고 나머지 가맹점들에 이미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규모가 작은 가맹점은 일단 점주의 선택에 맡기되, 매장이나 흡연좌석 규모가 커 이번 금연구역 확대에 따른 매출 변동이 우려되는 지점의 경우 본사와 가맹점주가 협의를 거쳐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흡연좌석 운영 비율이 높은 탐앤탐스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탐앤탐스 420개(가맹점370개·직영 50개) 지점 가운데 85~90% 정도가 흡연좌석을 두고 있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조만간 가맹점주들에게 정부 시책에 맞춰 흡연좌석을 아예 없앨지, 흡연실을 갖출지 선택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방송할 예정"이라며 "마땅한 흡연 장소를 찾지 못해 커피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매출 감소가 우려되지만 에어커튼이나 환풍시설 등을 설치하는데 최소 수 백만원이 들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흡연실을 강하게 권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속 편한' 스타벅스·엔제리너스…흡연좌석 미리 없애 비교적 일찍 정책 변화에 대비해온 엔제리너스나 스타벅스 등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엔제리너스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체 920개 매장 중 92개 직영점의 70%, 전체 지점의 40% 정도가 흡연좌석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본사가 가맹점주들과 함께 흡연좌석을 없애거나 흡연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흡연좌석을 둔 지점이 많지 않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2014년 말로 커피전문점의 흡연좌석 운영 유예 기간이 종료된다는 사실이 이미 2012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당시부터 예고된 만큼, 미리 준비했다는 얘기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흡연실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비교적 큰 매장의 경우, 점주가 흡연실을 설치하도록 본사가 지원하고 나머지 작은 매장은 대부분 전면 금연구역을 표시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추진해왔다"며 "2015년 1월 전에 준비를 마치는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아예 일찌감치 수 년전부터 흡연좌석을 두지 않아 가장 속 편한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한국 진출 초기에는 일부 지점 테라스 쪽에 흡연좌석이 있었다"며 "하지만 2007년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가 취임한 뒤 커피 풍미를 해친다는 이유 등으로 모든 지점에서 흡연좌석을 없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