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입주민의 인격모독을 견디다 못해 50대 경비원이 분신해 숨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이번에는 20대 입주민이 50대 경비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비원을 폭행한 입주민 이모 씨는 평소 경비원을 향해 반말을 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일삼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울강남경찰서는 "10일 입주민 이 씨가 아파트 경비원 이모(56) 씨를 폭행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40분쯤 입주민 이 씨가 정문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경비원 이 씨를 상가 근처로 불렀다.
입주민 이 씨는 경비원 이 씨에게 "왜 쳐다보느냐"고 물었고 "쳐다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주민들이 말려 폭행은 멈췄지만, 경비원 이 씨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씨는 경찰에 폭행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입주민 이 씨와 그 가족이 관리사무소와 해당 경비원을 찾아 사과하자 당일 합의했다.
입주민 이 씨는 지난달 숨진 경비원 고 이만수 씨에게 인격모독을 했다고 지목된 여성과 같은 동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동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동료 경비원 A 씨는 "아파트 입구를 바라보며 경계 근무를 서는 나를 향해 입주민 이 씨가 다가와 '왜 쳐다보느냐'며 화를 낸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 "경비원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다짜고짜 담배를 달라고 하거나 반말을 하는 등 경비원을 하수인 부리듯 했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비원은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좋은 입주민들도 많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일하기 힘들고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사건에 대해 "신고만 접수됐을 뿐 구체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피해자를 조사한 뒤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10월 경비원 이모(53) 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해 치료를 받던 중 한달만인 지난달 7일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숨진 이 씨에 대해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의 우울 상태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한편 현재 전원이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인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 1일 서울지방노동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이날 오후 5시 열린 2차 조정위에서 양 측은 18일까지 조정기간을 연장하고, 15일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노조 사이 대화의 자리를 갖기로 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106명은 지난달 19~20일 전원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경비원들은 같은 달 27~28일 찬반투표를 통해 71.81% 찬성으로 파업을 잠정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