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가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정윤회씨.
처음으로 국민과 언론에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자리. 정윤회씨는 당당하고 공격적인 모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그림자 권력이라는 의혹의 인물이어서 그런지 그의 어디에서도 검찰청 출두라는 부담이나 껄끄러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피의자든, 참고인이든, 고발인이든, 피고발인이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검찰에 불려나올 때는, 특히 200여명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을 때는 얼굴이 붉어지고 당황하지만 정윤회씨에게서는 그런(주눅든) 모습이 전혀 없었다.
검찰 수사에 불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당당했고, 공격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 기자는 "기세등등한 자세였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뭔가 나올 것이 없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거나 완전 결백하지 않고서는 보이기 어려운 태도였다.
목소리까지도 저음이어서 “불장난”이라는 공격의 톤이 더 세게 들렸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서울중앙지검에 나온 정윤회씨는 시종 꼿꼿했고 검찰 조사에서 결백을 강조했다.
청와대 비서관 모임과 비선 실세,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어떤 이유든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의례적인 말을 할 법도 한데도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뻣뻣했다.
검찰청 주변에서는 “정윤회씨가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하지”라는 말이 나왔다.
정 씨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고, 누가 춤췄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고, 귀가하면서는 “수사 결과를 보면 알 게 될 것”이라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다 허위라는 요지로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가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준비해온 멘트였다.
박지만 EG 회장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앞에서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과 조응천 전 비서관을 공개적으로 비판.공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말처럼 십상시 모임이나 3인방과의 잦은 회동, 인사를 비롯한 국정개입이란 허무맹랑한 의혹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그야말로 은둔의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왜 끌어들이냐는 불쾌함까지 묻어났다.
깨끗하니까 두려울 것도, 고려할 것도, 더하고 뺄 것도 없다는 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그런 당당한 태도였다.
정윤회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11일 CBS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씨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세간의 의혹처럼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씨가 뭔가를 강하게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과 판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정윤회씨가 너무 당당하게 나오니까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씨가 정무적인 판단력이 뛰어나고 검찰 수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 점을 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또한 “오래 전에 자신 옆을 떠난 사람이라”며 결백을 간접적으로 옹호해준 박 대통령의 발언에 충실하기 위해 당당하게 보이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