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산딸나무'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월-금>
산딸나무
봄꽃들이 거의 끝나갈 무렵 숲은 싱그러움이 가득합니다. 나무들은 조금 더 많은 잎을 달고 있고 햇볕도 뜨겁지 않아 자연 속으로 빠져들기에는 이만한 때도 없을 듯합니다. 이 즈음 산딸나무가 꽃을 피웁니다. 마치 초여름 숲속에 하얀 눈이 내린 듯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하얀 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 숲속의 여름철 풀꽃들이 피기 전이기도 하지만 산딸나무의 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그것은 조금 더 푸른색이 짙어진 잎을 배경으로 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청초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의 큰키나무로 한라산에서부터 중부이남 산지의 숲에서 자랍니다. 높이는 12m까지 되는 것도 있으며 가지가 층층나무처럼 퍼집니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으로 생겼으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으나 약간 물결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꽃은 6월에 피기 시작하여 8월까지도 볼 수 있는데 작년 가지 끝에 모여 달려 나무 전체가 하얗게 뒤덮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포가 변한 것으로 그 안쪽에 20~30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있어 둥글게 보입니다. 각각의 꽃은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을 가지고 있고 꽃받침은 퇴화하여 보이지 않습니다. 열매는 10월에 산딸기처럼 붉은 색으로 익습니다. 이처럼 산딸나무라는 이름도 열매가 산딸기를 닯았다하여 붙여졌습니다. 산딸기처럼 단맛은 없지만 작은 열매들이 모여 과육으로 익기 때문에 예전 군것질 할 것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산에 갔다 아버지가 따온 것을 맛있게 먹기도 했습니다. 그 외 딸나무, 산달나무, 산딸이라는 다름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딸나무를 미국에서는 개나무(dog wood)라 부릅니다.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돌지만 확실치는 않아 보입니다. 그 가운데 유럽산 산딸나무 껍질을 다린 물로 개를 목욕시키거나 개에 물린 상처를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그래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산딸나무의 학명은 Cornus kousa Buerg입니다. 속명 'Cornus'는 '뿔이 있는'이라는 뜻이라 하여 자세히 관찰해 봐도 뿔이라고 할만 곳이 없습니다. 단지 나뭇잎이의 끝이나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포의 끝이 비교적 뾰족한데 이것이 학명을 붙인 이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kousa'는 일본의 '풀'이라는 뜻의 '쿠사'를 그대로 영문자로 바꿨습니다. 산딸나무를 유럽에서는 '일본딸기나무(Japanese strawberry tre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지 싶습니다.
산딸나무1
산딸나무의 꽃은 크게 보이지만 사실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것이라고 앞에서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에는 산딸나무의 지혜가 숨겨져 있습니다. 산딸나무가 꽃을 피우는 시기에는 차츰 숲이 우거지고 있는 때여서 꽃이 너무 작아 곤충을 불러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꽃들은 둥근 모습으로 뭉치기 시작했고 포를 큰 꽃잎처럼 변화시켜 곤충의 눈에 띠게 했습니다. 곤충의 한번 방문으로 한꺼번에 많은 꽃이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곤충의 활동이 비교적 많지 않은 한라산 정상 근처에서 자라는 산딸나무의 포는 하얀색이 아닌 붉은색인 것도 있습니다. 모두 한결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효율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산딸나무는 나무껍질에서도 특이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지만 조금 오래된 나무는 꼭 사람이 일부러 한 것처럼 나무껍질을 스스로 조금씩 벗겨냅니다. 마치 얼룩무늬 예비군복을 연상케 합니다. 이것은 나무속에 들어있는 노폐물을 나무껍질에 모았다가 밖으로 내보는 현상입니다. 즉 식물도 동물처럼 똥을 쌉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가을철 낙엽을 통해서 배출하지만 산딸나무처럼 나무껍질을 통한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나무들은 노폐물로 독을 만들고 가시에 모아 두었다가 자신을 방어하는데 쓰기도 합니다. 한 때 산딸나무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만든 나무라는 이야기가 번지면서 집집마다, 교회마다 이 나무를 심기도 하고 신성한 나무로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꽃이 활짝 필 때면 꽃잎처럼 생긴 넉 장의 큰 포는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산딸나무는 북반구의 온대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예수님이 살던 지역에 산다는 것은 맞지 앉고 십자가의 나무는 근거 없는 이야기기로 밝혀지면서 뽑혀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산딸나무는 환경오염에도 강하고 잘 살아나 관상수로 인기가 좋아 공원, 가로수용으로 많이 심기도 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서양산딸나무가 관상용으로 외국에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산딸나무꽃의 꽃말은 견고입니다. 실제로 산딸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흰색이며 촘촘한 나이테가 일품입니다. 이런 아름다움 때문에 목관악기의 재료로 이용되기도 하고 목공예의 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쓰임새 보다는 산딸나무꽃이 주는 지혜와 그것으로 부터 전해지는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꽃이 너무 작지만 뭉치면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가장 능률적인 모습을 만들고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 것입니다. 이 아름다움 때문에 초여름 숲에서 장관을 이룬 산딸나무의 꽃을 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