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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뭘 숨기나? ‘노크 귀순’보다 무서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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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귀순' 2008년에도, 軍 대응에 대한 의혹 갈수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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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성과’ 발표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군(軍)의 사기가 북한군 병사 1명의 한밤중 ‘노크 귀순’으로 바닥까지 추락했다.

군 당국이 입을 열 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노크 귀순’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 ‘노크 귀순’이 어떻게 가능했나?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병사의 진술을 근거로 “북한 병사는 2일밤 10시 30분쯤 우리 군 GOP(일반전방소초) 철책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50분 가량 지난 11시 19분쯤 북한 병사는 제 발로 걸어와 GOP 생활관 출입문을 ‘똑똑’ 두드렸다.

11일 오후에 열린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긴급 감사에서 정승조 합참의장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추가로 털어놨다.

정 의장은 “귀순자가 처음에는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30m 떨어진 내륙 1소초로 이동해 생활관 출입문을 다시 두드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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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생명인 최전방 철책부대에서 ‘노크 귀순’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합참은 “북한 병사가 우리 군 GOP 3중 철책을 넘는데 12분이 걸렸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윗부분에 윤형철조망이 설치돼 있는 4m 높이의 철책 세 개를 하나에 4분씩 12분만에 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철조망 하나를 4분이면 넘는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혼자서 타고 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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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CCTV 확인’이라고 최초 보고했나?

정승조 합참의장은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GOP 생활관 밖에 설치된 CCTV에 북한군 병사의 모습이 포착돼 귀순 의사를 확인한 뒤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만인 10일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부소초장(부사관)이 대대장에게 ‘북한군 병사를 CCTV로 확인했다’고 최초 보고하면서 빚어지게 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부소초장은 순찰을 돌다가 돌아온 뒤 ‘당연히 CCTV를 통해 확인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대대장에게 그렇게 보고를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부소초장 혼자서 북한 병사를 붙잡았던 것도 아니고 GOP 생활관에 있는 여러 명의 병사들이 '노크 귀순' 사실을 다 알고있었을 텐데, 그런 보고를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런 가운데 2008년 4월 서부전선 판문점 인근 우리 군 GP(전방초소)에서도 북한군 장교가 ‘노크 귀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초소 근무자들은 `북한군 장교의 안전 귀순을 유도했다'고 상부에 보고하고 표창까지 받았으나 귀순자의 추후 진술로 귀순 경위가 확인된 뒤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그때도 귀순 사실 외에 정확한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 CCTV가 왜 ‘노크 귀순’ 시간대만 녹화되지 않았나?

합참은 11일 “‘CCTV로 확인했다’는 최초 보고는 다음날인 3일 ‘노크 귀순’으로 정정돼 다시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크 귀순’ 시간대에는 CCTV 녹화가 이루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CCTV는 계속 작동하고 있었으나, 북한 병사가 귀순해온 2일 오후부터 다음날인 3일 새벽 사이에만 CCTV 녹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오류 때문으로,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적이 이전에도 가끔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CCTV 녹화 장치를 확인한 결과 고의로 삭제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12일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강원도 고성군의 22사단 최전방 소초를 방문하기로 했다.

국방위원들은 오전에 1군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치고 해당 소초로 이동해 군 관계자들로부터 북한군 병사 귀순 당시 상황과 경계태세 등에 관해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국방위원들은 특히 북한군 병사가 타고 넘어왔다는 철책을 둘러보고, 소초 CCTV 녹화 여부도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CCTV를 둘러싼 의혹 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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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의장은 10일까지 ‘노크 귀순’ 사실을 정말 몰랐나?

정승조 합참의장은 8일 국정감사 때 “CCTV로 북한 병사를 확인했다”고 보고한 것과 관련해, 11일 긴급 감사에서 “10일 오전 11시 30분에야 ‘노크 귀순’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귀순 다음날인 3일 ‘CCTV 확인’ 보고가 ‘노크 귀순’으로 정정돼 다시 보고됐는데도, 정작 최고 지휘관인 합참의장은 8일 동안이나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1군사령부 상황장교는 3일 오후 5시 7분쯤 합참 상황장교(영관장교)에게 "최초 보고내용을 정정한 문서를 다시 보내니 열람 확인하라“고 전화로 통보했다.

“그러나 합참 상황장교는 북한군 귀순자의 신병이 당일 오전 10시 중앙합동신문조로 넘어갔기 때문에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하고 바뀐 보고 자료를 열람하지도 않고, 윗선에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합참의 설명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철책에만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군 지휘보고체계에도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다.

당시 합참 상황장교는 해당 부대의 정정 보고를 왜 그처럼 허술하게 처리했는지, 중요한 군 보고사항을 합참 상황장교 한 사람이 무시했다고 해서 교차확인조차 되지 않는 것인지, 정승조 합참의장은 정말로 10일 오전까지 공식 보고를 받지 못 했는지 등에 대한 명명백백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제기되는 의혹과 의문점들이 솔직하고 투명하게 모두 해소되어야만 군이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고, 그 바탕 위에 경계도 다시 튼튼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노크 귀순’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불신(不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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