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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불황의 그림자 속에서 현대·기아차의 질주가 눈에 띈다.
내수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동안 수출에서 이를 만회하며 선전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평가가 나올만하다.
현대차는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공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이 중에서도 최근 그리스 등의 유로존 탈퇴 위기감이 고조됐던 유럽에서도 두드러진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유럽 승용차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8.4% 줄었지만, 현대·기아차가 15.9%의 성장률을 보이며 6만5004대를 팔았다.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그룹이 5.7% 감소한 것을 비롯해 PSA그룹(-19.5%), 르노그룹(-13.1%), GM(-8.4%), 포드(-12.8%), 피아트(-12.6%), BMW그룹(-5.9%)이 일제히 뒷걸음질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가 357만대를 판매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에도 유럽 등지로의 수출이 큰 몫을 했다.
현대·기아차는 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유럽에서 잘 팔릴까.
현지화 전략이 성공했다는 게 첫번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유럽 완성차 회사들과 달리 중소형 차 시장을 집중 공략해 왔다. 이런 가운데 장기화하는 불황 탓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한 현대·기아차 매장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현대차가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을 중심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준중형 i30은 지난 5월까지 43만5천대가 팔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전량 수출하고 있는 소형 i20는 22만7천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차의 모닝(현지명 피칸토), 신형 프라이드(현지명 리오), 신형 씨드 등도 유럽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들 차량들은 경쟁 차종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 i30의 경우 폭스바겐의 골프보다 최대 2000유로정도 싸다. 중형 i40역시 폭스바겐 파사트나 도요타 아벤시스보다 비싸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회사의 동급 차종에 비해 적게는 100-200유로, 많게는 수천 유로의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닝이나 프라이드 등은 좀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마케팅도 판매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현대차는 '5년 트리플 케어(보증수리, 긴급출동, 차량점검을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량 시승 등 체험마케팅을 유럽에서 선보였고, 영국 런던의 관광명소인 피커딜리 광장에 대형 옥외 간판도 달았다.
특히 '유로 2012 축구대회'를 공식 후원한 스포츠 마케팅은 현대·기아차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효자노릇을 했다.
회사측은 "경기당 평균 관람객 수가 4만 5000명에 달하고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서는 경기당 시청자 수가 2000만명에 이르러 역대 최대의 브랜드 노출 효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효과도 수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