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금호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면서 민생·대여 공세 행보를 '투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다.
선고 이후 고등학교 현장 간담회와 한국거래소 등 여러 '민생경제' 일정을 소화하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여기에 더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불기소 관련 검사 탄핵과 특검법 처리 등으로 대여(對與) 공세를 펼치며 수세에 몰린 정부여당을 향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위증교사 1심 무죄 이후 현장 고교 무상교육, 미래거버넌스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민생경제' 일정
27일 이 대표는 서울 성동구 금호고등학교를 찾아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중앙정부 부담분이 일몰되는 데 대해 "국가경영이 원칙과 정도를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9년에 고교 교육비 개인 부담을 탈출했는데, 다시 후퇴해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재정 여력이 있는 지방교육청은 혹여 모르겠지만, 재정 여력이 없는 교육청은 아마 다른 사업들을 대폭 줄이거나, 학생 복지 또는 학교 시설 유지보수 비용을 깎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중앙정부가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특례 규정이 마련됐는데, 이 규정이 올해 말로 일몰되면서 내년에는 중앙정부 부담분이 사라지고 전액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충당된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야당 주도로 해당 규정의 효력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후변화, 인공지능(AI), 위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미래거버넌스위원회 출범식에도 참석해 "대전환 시대에 겹겹이 중첩된 위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지금, 우리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혹여라도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고 변화에 끌려가면 혜택이 소수에 집중되어서 경제 침체 불러오고 극단적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는 오는 28일엔 한국거래소를 찾아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현장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책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해당 일정들은 위증교사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미리 예정해 두었던 일정들이고, 민생경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게 민생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일정과 메시지를 차분하게 유지하는 것을 보여 주자는 기조"라고 말했다.
연말 국회서 상설특검, 국정조사, 검사 탄핵, 특검 재의표결, 집회까지…與 '집회 그만' 주장엔 "무서워하는 것"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한편 연말 국회에서는 김건희 여사 불기소 검사 탄핵과 특검법 재의표결, 채 상병 국정조사 추진, 예산안 등으로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토요일 집회와 같이 장외투쟁도 계속하는 등 이른바 '투 트랙' 압박 행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추경호·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는 12월 2일, 4일, 10일에 본회의를 여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은 먼저 28일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인데, 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해당 개정안은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에 여당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12월 2일 본회의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 등 3명을 대상으로 '검사 탄핵안'을 보고하고, 이틀 뒤인 4일에 해당 탄핵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아울러 채 상병 사건 관련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도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을 추진한다. 민주당은 이날 정동영 의원을 위원장, 전용기 의원을 간사로 하는 10명의 특위 위원 명단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단독으로 국조 특위가 출범하게 되더라도 국민의힘이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방어를 위해 결국은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실 여당이 없으면 방해를 받지 않고 국정조사에 집중할 수 있는데, 국민의힘이 진상규명에 참여하진 않을 테니 뒤늦게 명단을 내고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검사 탄핵안과 김건희 특검법 재의표결을 28일에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었지만, 이번 주 초 기류가 변화했다. 명태균 게이트와 함께 '당원게시판 의혹' 등으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3번째로 거부권이 행사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표결에서 이탈표를 유도해낼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윤-한 갈등에 따른 계파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조직적 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당이라도 살리려고 하는 의원들이 뭉쳐서, 결국에 한 대표를 중심으로 깃발을 들게 만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28일 이명박 정부 당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처장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선일보에 쓴 칼럼에 '대통령은 임기 단축 개헌을 하고 그 단축된 임기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라는 내용을 넣으려고 했는데 그쪽(조선일보) 측 요청으로 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전 처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임기 단축 개헌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을 전망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촉구 집회도 계속해서 참여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인 한 의원은 "집회에 그만 참여하고 민생을 챙기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엔 대응할 것이 따로 없다. 평일에는 국회 일정에 성실히 참여하고 주말에 집회에 나가고 있다"며 "집회 현장에 나가 보면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사람들이 더 많이 합류하고 있다. 시민들이 많이 모일까봐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여당 측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