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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에쿠스 사건', 누가 그를 악마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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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당 종업원 사건, 된장 국물녀 등에서 나타난 '마녀 재판식 비판'은 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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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트렁크에 개를 매단 채 도로를 질주한 이른바 '악마 에쿠스' 사건이 세간의 화제다.

인터넷상에서는 차주에 대한 비난글이 넘쳐났고 동물사랑실천협회도 "악마 에쿠스의 운전자를 찾아 고발 및 사육권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5만명 목표로 청원 서명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차주를 소환조사한 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차 주인이 일부러 개를 매달고 질주한 것이 아니라 단순 실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채선당 종업원, 된장 국물녀에 이어 악마 에쿠스 사건까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일방적인 주장이 사실 검증이나 정황에 대한 고려 없이 확산되면서 특정인이 마녀 재판식으로 비난 받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1일 한 중고차 사이트 게시판에 에쿠스 차량 트렁크에 개가 묶인 채 끌려가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이번 사건은 시작됐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서울 한남대교 방향 경부고속도로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목격했다. 트렁크에 강아지를 목매달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2~3분을 통화 대기해도 경찰과 연락이 닿지 않아 포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과 글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악마 에쿠스' 사건이라는 제목을 달고 삽시간에 퍼졌고, 인터넷 언론 등은 이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동물자유연대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경부고속도로에서 개를 매달고 달린 에쿠스 차량의 차량번호와 동영상을 확보 후 서초경찰서에 넘겼다"고 밝혔고, 서초경찰서는 23일 수사에 착수했다.

◈ 악마? 에쿠스 주인…“개에게 미안하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차주인 오모(45)씨에 대한 조사 결과 고의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23일 차에 개를 매달고 달리는 사진 속 차량의 차주 신원을 확인해 오씨와 대리 운전자 등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20일 저녁 6시쯤 경기 신갈 소재의 식당에서 한 지인으로부터 사냥개의 일종인 '비글'을 선물 받아 식당 출입구 쪽에 매어 놓고 밤 11시쯤 모임이 끝나 집에 가려고 보니 비글이 대변을 보고 나서 발로 밟아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바람에 승용차 뒷자리에 태우지 못했다.

대신 차량 트렁크에 돗자리를 깐 후 비글을 태웠다. 가죽 목줄을 묶어 놓은 다음 혹시 트렁크 문을 닫으면 질식사할 것을 걱정해 라면박스를 2번 겹쳐 접어 트렁크 문 사이에 끼우는 등 트렁크 문을 고정 시킨 채 약간 트렁크 문을 연 상태로 출발했다.

오씨는 그러나 운행 중 트렁크 고정틀의 나일론 노끈이 헐거워지면서 차량이 정지한 때 비글이 밖으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알지 못한 채 차량이 출발하면서 개가 죽은 것이다.

오씨는 한남대교 남단 직전에 주변 차량의 경적음과 손짓을 보고 비글이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다시 트렁크에 실은 후 재출발했다. 오씨는 대리기사에게 "모두 내가 잘못한 것인데 얼마나 아팠을까"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에는 경기도 소재의 자신의 공장 옆 공터에 비글의 사체를 묻어주기도 했다.

경찰은 오씨 이외 대리기사, 모임이 있었던 식당 주인의 진술 등이 오씨의 주장과 부합했으며, 비글을 묻었다는 장소에서 나무로 만든 십자가 밑에 묻힌 비글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영민 지능팀장은 “오씨가 공장 주변에 차우차우와 진돗개 등 개 2마리, 고양이 1마리, 토끼 5마리, 닭 5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을 봤다"며 "동물학대 성향이 없어 보였고 조사 하는 내내 개의 죽음에 대해 자책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이어 “인터넷에서 실체적 진실이나 앞뒤 정황도 모른 채 감정적이고 편향적으로 공공의 적을 생산하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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