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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가 광안리 입구에 10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만든 명품거리가 관리부실 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상권 활성화라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인근 시장이 침체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세흥시장 앞 길.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240m 구간 왕복 2차선 도로가 화강석 등으로 고급스럽게 포장돼 있다.
지난 2009년 수영구가 국비 등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광안리 해수욕장을 오가는 관광객의볼거리와 인근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이른바 명품 거리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거창했던 당초 계획은 온데간데없고 인근 시장상인과 주민들의 불만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행로 확장을 위해 4차선이던 도로를 2차선으로 줄여놔 출퇴근 시간이면 일대가 온통 주차장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확장된 보행로 또한 경사가 가팔라 시장을 보러온 노인들이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고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성들은 종종걸음을 걸어야 한다.
인근에 사는 주민 김 모(52. 여)씨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마음편히 걸어다닐 수가 없는데, 어떻게 명품거리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날씨라도 추워지면 시장에서 나오는 물이 얼어 걸어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더욱이 잠깐씩이라도 차를 댈 곳이 없으니 인근에 사는 주민들조차 시장 찾기를 꺼리는 바람에 시장상인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상인 박 모(55)씨는 "시장을 살리겠다고 만들어 놓은 거리가 시장을 다 죽이고 있다"며 "거리가 완공되면 장사가 잘 될 줄 알고 공사기간 동안 영업을 접다시피 하며 기다렸는데, 그 결과가 상인들이 시장을 떠나는 것이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수영구는 대책은 커녕 기본적인 관리감독조차 손을 놓은 모습이다.
도로 양편에 만들어 놓은 수로에는 담배꽁초와 이끼가 가득하고 심지어 주민들이 내다버린 금붕어가 배를 뒤집은 채 둥둥 떠있다.
취객들이 파손한 경관조명은 불이 켜지지 않는 상태로 몇 달 동안 방치돼 있다.
이에 대해 관할 수영구청은 현재 제기된 문제점 등에 대해 시장 상인 등 관계자들과 논의해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무려 10억 원을 들여 만든 명품거리가 인근에 사는 주민과 상인들은 불만은 물론 길을 걷는 관광객조차 인상을 찌푸리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