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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 7시 30분, 서울 은평구의 한 국·공립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김수정(여·26)씨의 하루는 시작된다.
정작 자신은 아침을 거른 채 밥을 먹지 않고 온 아이들의 배부터 채운다.
오전 9시 30분까지는 장난감이나 교육용 도구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노는 통합교육 시간이다.
김씨는 한 차례 간식을 챙겨주고 나서 담임을 맡은 만 4세반으로 걸음을 옮긴다. 유난히 응석이 심한 아이들이라 기분을 맞춰주다 보면 힘이 두 배로 든다.
낮 12시.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점심 시간이지만, 김씨는 5분 안에 밥을 후딱 먹어치워야 한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밥을 퍼준 뒤 편식하는 아이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에도 김씨는 쉴 틈이 없다. 아이들 개개인의 일과를 수첩에 적어 부모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오후에도 간식 시간과 통합교육 시간은 되풀이되고 저녁 7시 30분이 돼서야 고된 일과가 끝이 난다. 서류작업을 하다보면 더 늦어질 때도 있다.
김씨가 하루 한나절 이상을 꼬박 일해 번 돈은 월 160만원. 그나마 민간 보육시설 종사자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19일 서울시가 박양숙 시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육시설 교사 기본급(1호봉 기준)은 국·공립 139만원, 민간 110만원이었다.
특히 보육교사들은 노동 강도에 비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평균 임금의 60% 수준에 그치는 급여를 받는 등 처우가 열악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해왔다.
박 시장은 지난 18일 '2011년 보육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복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보육교사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의 미래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518억 3천900만원을 반영했다. 이는 올해 보육교사 관련 예산(235억 4천6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보육교사들이 크게 반기는 부분은 이번에 신설된 '비담임교사 지원' 항목이다. 박 시장은 내년부터 하루 4시간씩 총 830명의 비담임교사에 대한 파견 비용 38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휴가를 가거나 교육에 참석하는 보육교사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대체교사도 현행 175명에서 324명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혜택을 받는 교사들도 1만 6천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박 시장의 정책에 대해 보육시설 종사자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남주 서울시보육시설연합회 국·공립분과위원장은 "대체교사보다 비담임교사를 원한다고 계속 말씀드렸더니 시장님이 받아주셨다"며 "다만, 하루 4시간인 비담임교사 지원 시간을 8시간으로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양숙 시의원은 "현행 월 2만 5천원인 보육교사들의 중식비를 현실화하고, 교사 1인당 아동 수를 적정하게 배치하는 등 보다 세심하고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서울시내 보육시설은 모두 5천870곳으로, 국·공립이 643곳이고 나머지는 민간·가정 보육시설이거나 법인·직장 어린이집이다. 서울시내 전체 보육교사는 2만 7천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