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품새 시합에서 태권도협회 간부 아들이 속한 고등학교를 우승시키기 위해 심판들이 승부조작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전 서울시태권도협회 고위 간부는 심판들에게 편파판정을 지시했다가 결국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7월 열린 '제4회 전국 추계 한마음태권도 선수권대회' 고등부 품새 단체전에서 서울 K 고등학교가 우승하도록 편파판정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심판부의장 김모(62) 씨와 전모(61)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품새 시합은 두개 팀이 규정 동작을 시연한 후 심판들이 점수로 채점하거나 우세한 팀의 깃발을 들어 판정하기 때문에 센서가 부착돼 점수가 올라가는 겨루기 시합과 달리 심판 판단이 결정적이다.
김 씨는 전 서울시태권도협회 기술심의위원회 의장으로 지난해 학부모 자살을 부른 태권도 겨루기 승부조작 사건에도 연루된 인물이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 7월 8일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모 대학에서 열린 '한마음태권도 선수권대회’ 고등부 품새 단체 4강전이 열리기 전 부의장 전 씨를 통해 심판 5명에게 K 고등학교를 잘 봐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심판 하모(42) 씨 등 5명은 상대팀이 월등히 우월한 실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K 고가 이겼다는 홍색 깃발을 들어 결국 K 고는 대회에서 우승했다.
입건된 김 씨는 경찰에서 "K 고교 단체팀에 친한 서울시 태권도협회 전무이사 아들이 있어 이기게 해주려고 승부조작을 지시했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심판들도 "시합 후 상대팀 코치가 강력하게 항의했다"며 "3:2도 아니고 5:0이어서 변명할 수도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우승한 K 고 품새 단체팀에는 태권도협회 김모(45) 전무의 아들이 속해 있었고 결국 김 군은 이 대회 수상실적을 바탕으로 Y대에 진학했다.
김 전무 역시 지난해 5월 학부모 자살까지 부른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선수 선발 승부조작에 가담하기도 했다.
경찰은 심판부의장 김 씨 등이 또다른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됐는지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승부조작에 가담한 심판 5명에 대해서는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비위사실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