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게 다친 경기도 판교 테크노벨리 사고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져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경찰은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재명 성남시장을 때리는 반면 희생자 유가족들은 57시간 만에 보상을 전격 합의했다.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기경찰청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행사를 주관한 이데일리 측에 광고비 형식으로 1,000만 원을 지원한 것이라고 밝히고, 정황으로 볼 때도 성남시의 행사 협찬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음에도 경찰은 성남시의 계좌와 법인카드를 뒤지고 성남시가 행사를 주관한 것처럼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은 행사 기획단계에서부터 성남시와 이데일리 측이 긴밀히 협의했으며 성남시가 예산지원을 약속했다고 흘리고 있다.
사고 원인을 밝히는 수사인데도 성남시의 계좌를 압수수색하고 법인카드를 훑을 만한 사안인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모습이다.
경기청 수사본부(경기청 1차장 강성복 본부장)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행사를 주관한 이데일리와 행사 주최자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그리고 성남사의 통장 계좌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시는 환풍구 추락사고 직전 이데일리에 1,100만 원 상당의 광고비 지급을 결정했다가 돌연 취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의뢰하는 통상적인 행정 광고 였다"며 행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자료사진)
◈ 이재명 시장 "이데일리가 두 차례나 협찬 요구했다"이재명 시장은 2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데일리 측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행사 협찬을 요청했으며 그때마다 거절했다"면서 "인터넷 언론사가 하도 요청해 1,000만 원을 행정 광고로 준 것일 뿐 협의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돈을 달라는 측과 어떻게 협의를 하느냐"며 "판교 테크노밸리는 경기과학진흥원이 모든 것을 관리하지 성남시는 직접적 연관도 관리 책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시장은 이어 "지금 경찰 수사는 사고 원인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경찰의 수사는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파악하고 난 뒤 수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경찰의 수사 형태를 보면 성남시만을 겨냥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경기경찰청은 실제로 20일 밤 이재명 시장 비서실의 비상 연락망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경기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도 직접 책임이 없는 성남시를 감찰하고 있다.
그렇지만 판교 테크노밸리 행사는 엄연히 이데일리라는 인터넷 언론사가 주관한 행사다.
이데일리가 판교의 벤처기업들에게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경기도와 성남시, 기업들로부터 협찬금을 받으려고 기획한 행사에 성남시는 행사 협찬금 1,000만 원을 지원한 것이다.
모든 언론사들이 기업들이나 자치단체들로부터 광고성 협찬금을 모으기 위해 우후죽순 격의 문화 공연 행사를 한다.
언론사들은 광고가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행사 협찬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
2014년 한국 언론사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경찰과 여당 인사들은 이런 내막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성남시의 책임론을, 야당은 자당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 감싸기를 하는 진풍경까지 벌이고 있다.
우리 정치권이, 우리 사회가 판교 환풍기 추락사고를 놓고서도 얼마나 진영 논리에 찌들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유가족 "좋은 선례 남기고 싶었다"
반면에 유가족들은 사고 57시간 만에 보상 문제를 전격 합의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한재창 유가족 대표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망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타결했다"며 "보상금은 법원의 통상적 판례에 따라 범위와 기준 근거를 확정했으며 한 달 이내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7명의 사상자를 낸지 57시간 만에 피해자 보상 문제를 끝냈다.
유족 대표는 "세월호 사고도 있는데 또다시 이슈화하지 않겠다"며 "좋은 선례로 남아 대한민국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통상적 산정 액수보다 많이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유가족들이 많이 양보했으며 초인적이라 할 만큼 인내심과 합리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초인적인 인내심과 합리성을 보여준 배경에는 사고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가 악의나 고의로 일어난 것이 아닌 점을 고려해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최소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만 머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