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 테크노밸리축제' 축하공연 과정에서 발생한 환풍구 붕괴 참사 현장(사진= 황진환 기자)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는 세월호 참사 6개월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세월호 이전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린 위험 요소를 철저하게 점검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도 무색해졌다.
이번 참사는 야외공연장에 대한 안전규정 미비, 환풍구 설치 기준 부재, 주최측의 안이한 안전관리, 관람객의 안전불감증이 한꺼번에 겹쳐 발생했다
인기 걸그룹이 출연해 많은 인파가 예상되는 야외공연행사에서 안전관리는 뒷전이었다.
공연계획서에는 안전요원 4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 안전요원은 한 명도 없었다.
안전요원으로 등재된 경기과기원 직원 4명은 자신이 안전요원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안전요원을 두었을 뿐 안전기준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다를 것이 없다.
이번 사고의 원인제공 시설인 환풍구는 높이가 1.5m에 불과해 누구나 쉽게 올라가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바로 밑이 19m 낭떨어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경고문구는 없었다.
공연장 사고는 그 이전부터도 자주 발생했다.
지난 2005년 상주 MBC 콘서트에서는 11명의 사망자와 1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는 공연에는 관객 통제가 어려워 안전 사고 가능성도 높다는 교훈도 있었다.
주최측이 조금만 더 안전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였다.
정부의 안전 관련 매뉴얼도 허점 투성이다.
3,000명 이상의 공연에 대해서만 안전 기준이 있을 뿐 그 이하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어 소규모 축제나 공연 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안전사고을 예방하기 위한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수직으로 깊이가 19m나 돼 무너지면 심각한 인명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허술한 덮개 이외에 가림막이나 경고판도 없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건축물의 설치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환풍구 덮개의 안전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번 같은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환풍구가 전국적으로 몇개나 있는지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로 연결된 환풍구 덮개의 기준을 마련하고 경고문 부착을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설계 디자인 하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환풍구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형 인명 사고를 촉발하기 쉬운 모든 위험 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도와 규정을 정비하는 것 못지않게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