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우측)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청와대 제공)
최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항간에는 '부통령'으로 불리기도 하고 '왕장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최 부총리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두고 '초이노믹스' 또는 '최경환 노믹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통령이나 수상이 아닌 장관 이름을 따 '00노믹스'라고 부르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 "최경환 부총리 왜 '왕장관'으로 불리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와이뉴스 전체듣기]▶ 최경환 경제 부총리를 '왕장관'으로 부르나?= 그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은 최경환 천하다", "대통령 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들린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를 괜히 '왕장관'으로 부르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친박계의 한 인사는 최경환 부총리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내가 아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너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확실한 넘버2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반응이다.
한 언론에서는 최경환 부총리를 '부통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논설인데 "당정청에 포진한 인맥을 보면 일각에서 그를 '부통령'이라 부르는 게 헛소문만은 아니다"거나 "최 부총리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능가하는 실력자라는 소문이 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정치경호실장 또는 정치·경제부총리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가 만나서 악수를 나누는데 총리는 고개를 숙이고 부총리는 정면으로 쳐다보더라, 총리와 부총리가 뒤바뀐 모양새더라"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다.
▶ 직책 앞에 '왕'자가 붙는 경우는 그렇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
= 처음에는 왕자가 붙는 경우는 긍정적인 의미였다. 광개토대왕을 '왕중의 왕'이라고 하는 건 나쁜 의미가 아니다. 스포츠에서도 스타플레이어를 두고 '왕중왕'이라고 하는 건 나쁜 이미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직책 앞에 '왕'자가 붙으면 권력실세를 의미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보다 넘칠 경우에 '왕'자를 붙여서 비꼬기도 한다.
문민정부 이후 '왕수석'이니'왕차관'이니 하는 말들이 일반화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시절에는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이 '왕수석'으로 통했다. 다른 수석들이 차관급인데 비해 장관급으로 예우했다.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박지원 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렸고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문재인 수석'이 '왕 수석'으로 통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왕차관'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왕수석보다는 대통령의 입 복심으로 통했다. 그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 전면에 나서면서 '왕장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최경환 부총리를 왜 '왕장관'으로 부르는 거냐?= 최근 최경환 부총리의 행보가 너무나도 광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보다 더 자주 언론에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일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 주(25일) 기자실을 찾아 '재벌총수 사면론'에 불을 붙였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원론적인 언급을 하자 이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까지 건드리는 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4일에는 방통위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핵심 중 하나인 '분리공시'를 고시에서 삭제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삼성전자만 결사반대 하던 걸 최경환 부총리가 나서서 해결해 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미래부와 방통위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최경환 부총리와 삼성전자가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 부총리는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연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작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이주열 총재의 목소리는 최 총리의 광폭 행보에 묻히면서 통화정책 결정이라는 한국은행 본연의 기능을 잃어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부총리가 임명된 뒤 차관급 13자리에 대한 인사가 있었는데 기획재정부 출신이 6명이었다.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이석준 2차관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형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기재부 1차관으로 승진했고, 방문규 예산실장은 2차관으로 승진했다. 김낙회 관세청장과 김상규 조달청장 역시 기재부 인사다.
이런 인사를 두고 실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힘이 막후에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관피아 척결의 핵심은 모피아인데 오히려 '모피아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례는 더 많다. 이런 행보들이 최경환 부총리를 '왕장관'으로 불리게 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최 부총리는 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이후 친박에서 떠난 것도 이런 박 대통령의 용인술 때문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그런 말들도 나온다.
지금 최경환 부총리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는 이른바 무소불위의 모습 그대로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만사형통', '상왕', '영일대군'으로 불린 이상득 전 의원을 능가한다는 그런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째는 박근혜 대통령이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친박 실세',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종의 탕평차원에서 친박계 2명이 장관으로 임명됐는데 최경환, 유정복 인천시장과 함께 장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최근 최 부총리의 광폭행보도 박 대통령이 용인하는 수준 아니냐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경환 부총리의 광폭행보가 현재까지는 일정 정도의 성과가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야권단일화로 한치 앞도 안 보였던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7월 24일 이른바 '초이노믹스'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해 여당의 선거 압승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새로운 카드를 내보이면서 국면전환을 꾀했는데 어느 정도 통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박계에 대한 대항마로 최 부총리를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비박계가 장악하고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중 서청원 의원이 유일한 친박계다.(이정현 의원은 임명직 최고위원) 정의화 국회의장도 비박계다. 그러다보니 최경환 부총리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라는 평가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정치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는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초이노믹스'라는 말을 두고도 말이 많은데?= 그렇다. 초이노믹스는 최경환 부총리의 성인 'Choi'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의 'nomics'가 결합된 합성어를 말한다. 이 '초이노믹스'는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도 등장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최고 통수권자가 아닌 경제수장의 이름을 따서 '00노믹스'라고 부르는 건 전례가 없다고 한다. 1980년대 초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의 이름을 딴 '레이거노믹스'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00노믹스'라는 말이 만들어졌지만 대통령이나 수상 등 최고 통수권자의 이름을 땄다.
우리나라도 'DJ노믹스', 'MB노믹스' 이렇게 불렸고 이웃 일본도 '아베노믹스'라고 불린다.
그래서 '초이노믹스'라는 말을 두고 최경환 부총리가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그런 말들이 나온다.
친박계인 새누리당 한 중진은 '통수권자가 아닌 경제각료의 이름을 딴 노믹스는 처음 듣는다"면서 "대통령의 이름을 딴 '근혜노믹스'가 장관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에 덮이는 데도 이를 용인하는 게 놀랍다"라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 참고로 초이노믹스는?'매일경제용어사전'에는 '초이노믹스'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정책을 의미한다. 최경환의 성인 'Choi'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의 'nomics'가 결합된 합성어로,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이 최경환을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등장한 단어이다. 초이노믹스는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을 경제 정책 방향으로 정하고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LTVㆍDTI 완화 등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하며 2014년 7월 17일에 공식 출범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위키백과에는 "'초이노믹스'란 대한민국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014년 추진하기 시작한 경기부양책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최경환노믹스 라고도 한다. 이 부양책의 골자는 부동산을 담보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고, 금리를 낮추고, 기업이 소유한 돈을 배당확대 및 사내유보금 과세 등으로 시장에 유통시켜 내수활성화와 소비 진작으로 불황을 벗어나겠다는 것이다"라고 해석한다.
▶ 정부 출범초기에는 '근혜노믹스'라고 부르더니 왜 갑자기 '초이노믹스'가 된 것이냐?=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지는 경제정책은 '근혜노믹스'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아무리 실세장관이라고 해도 '초이노믹스'니 '최경환노믹스'니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근혜노믹스'가 '초이노믹스'가 됐을까?
이필상 교수는(고려대 전 총장, 현 서울대 초빙교수) "(최경환 부총리의)경제정책 자체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돈을 풀어서 경기를 띄우겠다는 것으로, 정치논리에 의한 경기부양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정책에 국가원수의 이름을 붙이기에는 경제정책의 내용이 부실해서 '근혜노믹스'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필상 교수는 또 "'근혜노믹스'라고 한다면 대선 때 공약으로 나온 경제민주화라건가 창조경제 이런 것인데, 그게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부양정책을 내 놓으니까 '초이노믹스'라고 부르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씽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민병두 원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은 '노믹스'라고 할 만한 그림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면서 "오히려 부채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도박 및 서비스산업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카지노믹스'라는 표현이 적절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병두 의원은 "'근혜노믹스'가 아니고 '초이노믹스'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면서 "이는 '근혜노믹스'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 창조경제'라고 1년 6개월동안 외쳤지만 빈수레만 요란한 실체가 없다보니 이를 '카지노믹스'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경제전문가도 "'근혜노믹스'는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수레의 두 바퀴였는데 '초이노믹스'는 경제민주화와 180도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이 초이노믹스를 카지노믹스로 비판하는 데 대해 "카지노믹스는 침소봉대한 측면이 있지만 이를 반박하기 어렵다"면서 "그 이유는 '초이노믹스'가 빚을 내서 거품을 만드는 게 골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이노믹스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경제를 살릴려면 '근혜노믹스'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초이노믹스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건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 사실 부정적인 견해가 높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필상 교수는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은 마중물 정책인데 문제는 펌프가 고장났다는 것'이라면서 "현 상태에서 물만(돈만) 퍼붓는다고 할 경우에 물만 없애서 정부 재정이 악화가 될 것이다. 또 돈만 풀리다보면 부동자금화 돼서 경기부양이 아니라 투기부양이 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강남 아파트값만 오른다"고 평가했다
이필상 교수는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이 위험한 이유는 경제기본을 무시하고 정치논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정부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고 나중에는 경제정책을 쓸수가 없게 되며 결국 국가신용도가 떨어져 심각할 경우 국가부도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