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세월호 유가족의 수사권·기소권 양보 발언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법안 처리를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단독국회 개최에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세월호 유가족이 수사·기소권 주장에서 물러났지만 여야의 세월호협상이 진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당-유가족 2차협상과 관련해 "전혀 새로운 양보가 없다. 상당히 지루하고 긴 과정이 남아 있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유가족과의 협상을 가졌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5일 밤 이완구 원내대표 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안했고 이 대표가 수용해 26일 오후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된 상태다. 하지만 이완구 원내대표가 양자간 협상에 부정적인 태도여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통일된 의견이 없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오전 박영선 대표가 예정에 없이 이완구 대표를 방문해 깜짝 회동이 성사됐지만 협상내용과 대표성을 둘러싼 설전만 주고받았다. 성과가 없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비대위원 다르고 의원들 다르고 입장이 모두 다르다며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박영선 대표는 내정간섭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유가족간 협상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내부판단을 내리고 애초 추진해왔던 26일 단독국회를 그대로 추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일단 소속 의원은 전원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이번주 동안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부대표가 잇따라 단독국회 운영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며 압박하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26일 오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완구 원내대표 등을 불러 의견조율을 시도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정의화 의장을 만나 이달말쯤이면 일괄타결할테니 이날 본회의를 열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 앞에 대기중이던 언론인들 때문에 의장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오늘 우여곡절 끝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린다. 국민 뜻을 받드는 국회를 위해서 의장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법에 따라 반드시 본회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의장을 압박했다. 그는 "우리는 의원총회 결의대로 국회는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을 정했고 그것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일단 새누리당은 26일 단독국회를 열겠다던 방침대로 본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새누리당은 쟁점이 없는 법안 91개를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본회의 개의의 변수는 정의화 국회의장이다. 정의화 의장실에 따르면, 의사일정 변경 공지가 없는 한 본회의는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정의화 의장이 단독국회 운영에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의사일정을 정해놓긴 했지만 야당의 반대입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야당은 조금만 기다려주면 이달내로는 세월호와 국회정상화를 일괄타결하겠다며 단독국회 주재를 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하고 있다.
정 의장이 회의쪽으로 입장을 굳히면 예정대로 2시쯤 국회가 열려 쟁점이 없는 법안만 처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 이날 본회의 개최는 불가능하다.
국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새누리당과 절대로 단독국회는 안된다는 새정치연합의 입장치 강하게 부딪치고 있어 정의화 의장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