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청와대가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돌연 사퇴를 둘러싼 의혹과 검증 부실 문제가 수그러들지 않자 만 사흘이 지난 23일 오후 늦어도 한참 늦은 설명을 통해 사퇴 이유를 밝히고 나섰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송광용 전 수석은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지난 6월 10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자기검증질문서에 답변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사실과 다른 허위 사실 기재로 거짓말에 해당한다.
송 전 수석을 조사한 경찰은 조사 당일 전산 입력을 해야 하지만 하지 않고 있다가 검찰 송치 시점인 지난 16일에야 전산입력했다. 이 때문에 송 전 수석에 대한 6월 10일자 '범죄 및 수사경력 조회 결과'에는 '해당 사항 없음'으로 나타났다.
* 송 전 수석의 거짓말과 경찰의 업무태만
청와대는 이 두 가지 팩트를 근거로 송 전 수석 임명 당시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에 대해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인이 그런 사항이 없다고 했고 수사기관 전산망엔 뜨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송 전 수석이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검증하고 있던 청와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셈인데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수석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기검증진술서에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구두로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확인을 못했다"며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가 송 전 수석이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박근혜 대통령 순방 하루 전이자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일인 지난 19일이다. 이 마저도 경찰의 정상적인 보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정수석실이 자체적으로 인지했다.
민정수석실은 이튿날인 지난 20일 송 전 수석에게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고, 송 전 수석이 청와대 수석 신분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사의를 표명해 수리를 하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송 전 수석이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은 19일이나 20일 쯤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일부 언론의 추측 보도와 달리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 외에 추가적으로 확인된 비리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 사표 의혹 커지고, 부실검증 비판 일자 정면돌파 선택
청와대는 사퇴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다.
송 전 수석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직에서 물러나 자연인의 신분에서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유를 밝혀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 전 수석의 사퇴 이유와 관련한 후속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어 내부 회의를 거쳐 나름의 입장을 밝히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송 전 수석 사퇴 이유에 대해 브리핑을 하도록 최종 결정한 사람은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주장대로 라면 송 전 수석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데 대한 청와대의 책임은 쏙 빠진다. 송 전 수석의 거짓말과 경찰의 업무태만이 검증을 방해한 셍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전 검증 단계나 임명장을 받은지 석 달이 다 되도록 청와대 수석이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데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의 업무태만과 청와대 수석의 거짓말까지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그토록 강조해 왔던 공직기강이 위부터 아래까지 무너졌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도 이채롭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침이 공직사회에 제대로 스며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처음에 사표 수리 배경을 일절 설명하지 않고 '학교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는 이상한 말로 넘어가려 한 것이나, 75시간이 지나서 뒷북 브리핑을 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옹색하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렸더라면 청와대의 부실검증에 대한 호된 비판이나 청와대가 말하는 '추측보도'도 없었을 것이지만 있는 대로 알리지 않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은 격이 됐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만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