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에 17층 고층 아파트에서 방화 때문인 화재가 발생해 자칫 대형인명피해 사고가 날 뻔했으나 이웃 주민들의 신속한 화재전파로 신속히 대피, 큰 피해를 면했다.
그러나 아파트에 설치된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았고 대피방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빼곡히 들어선 주차차량과 좁은 아파트 내 소방도로 탓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움을 겪는 등 고층건물 화재 발생 시 안전대책에 또다시 취약점이 드러났다.
13일 오후 11시 53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모 아파트 단지 305동에서 '펑'하는 굉음이 들렸다.
주민 대부분이 잠자리에 든 밤늦은 시간, TV를 보는 등 일부 깨어 있던 주민들은 지진이 난듯한 소리에 깜짝 놀라 아파트 베란다로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폈다.
305동 아파트 12층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붉은 화염이 맹렬하게 쏟아져 나오는 상황.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불이야! 305동 불이야. 대피해!"를 외쳤다.
같은 시간 불이 난 아파트 이웃주민들은 불이 난 줄 모르고 집안에 머물다 앞 동 주민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자신의 집을 빠져나왔다.
12층 아래층 주민들은 가족들을 깨워 계단으로 이동했고, 13층 이상에 사는 주민들은 옥상으로 대피해 "살려주세요"를 외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주민들은 화재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위험한 행동을 하려고도 했으나, 불이 난 12층 바로 위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어 불이 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올라탄 사람은 없었다.
1층에서는 12살 초등학생이 "아빠가 불을 질렀어요. 불이야"를 외치고 있었고, 이 소리는 건너편 다른 아파트단지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아파트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주민대피방송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사결과 화재 발생 초기 잠시 잠깐 화재경보가 울리긴 했으나 곧바로 꺼졌고, 화재가 발생한 305동 주민 대부분은 이소리를 듣지 못했다.
빼곡히 들어선 주차차량과 좁은 아파트 내 소방도로에 소방차 진입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비교적 신속하게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화재 진화에 나섰지만, 사다리 차량 등 일부 소방차량 등이 좁은 아파트 내 도로와 길을 막아선 주차차량 때문에 아파트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이를 보며 "사람이 남아있을지 모르는데 사다리차를 못 사용한다"며 발만 동동 굴렸다.
소방서 측은 이에 대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대부분 주민이 대피한 상태였다"며 "주차된 차량을 일일이 연락해 빼내고 사다리차를 대는 것보다 소방대원들이 직접 진입해 수색하는 게 빠르다고 판단, 무리하게 사다리차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민 김모(29·여)씨는 "화재경보도 울리지 않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고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건너편 아파트 동 주민들이 소리를 질러줘 대피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화재는 이 아파트 12층에 사는 A(48)씨의 방화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술에 만취해 귀가한 A씨는 부인(41)과 심하게 다투다 부인이 안방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자 홧김에 자신의 차량에서 휘발유를 꺼내 거실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휘발유에 붙은 불은 급속도로 퍼져 뒤늦게 몸을 피한 A씨와 부인에게 심한 화상을 입혔다.
당시 A씨의 집에는 초등학생 자녀(12)가 있었으나 서둘러 대피해 1층에 내려가 불이 났다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로 A씨와 아내가 중화상을 입고 서울대형 병원으로 이송 치료 중이고, 주민 10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A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방화혐의로 구속할 방침이며, 아파트의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은 점과 관리사무소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