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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억류자 석방' 문제 계기 양자대화 물꼬 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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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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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채널' 협상 속 북한 '재판예고'로 미국 압박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세 명의 석방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수싸움'이 복잡해 보인다.

양측이 공식 연락창구인 '뉴욕채널'을 통해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간 가운데 어떻게든 '정치적 몸값'을 높여 보려는 북한과 이를 인도적 사안으로 국한시켜 처리하려는 미국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양상이다.

특히 북한이 7일 억류자 세 명 중 지난 4월 붙잡은 매튜 토드 밀러씨에 대한 선고재판을 오는 14일에 하겠다고 발표해 주목된다. 지난 1일 미국 CNN에 억류자 세 명의 인터뷰를 허용하며 여론전을 전개했다면, 이번에는 사법절차를 활용한 압박전술을 구사하는 셈이다.

현재 억류자 가운데 법정 선고를 거쳐 복역 중인 사람은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은 케네스 배씨다. 북한은 지난 6월 밀러씨와 또다른 억류자 제프리 에드워드 파월씨를 기소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이번에 먼저 밀러씨에 대한 선고재판을 열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북한이 선고재판을 '예고'한 것은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사법절차를 예정대로 밟는 형식을 빌려 북한이 희망하는 '고위급 특사 카드'를 서둘러 내놓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이 같은 압박전술에 미국은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석방 교섭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희망하는 대로 고위급 특사를 보내 억류자들을 구출해온 방식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북·미간 교섭창구인 '뉴욕채널'의 미국 측 당사자인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도 석방교섭이 진행 중임을 공식 확인했다.

최근 미국인 기자 두 명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에 참수된 뒤 북한 억류자 문제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미국의 태도가 더욱 전향적으로 바뀐 듯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이처럼 겉으로는 교섭을 통해 억류자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데에는 모종의 접점이 형성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양측의 속내가 맞서 있어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억류자 석방을 고리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와 압박기조를 완화하고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낮추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6일 밤(현지시간) 독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제시한 6자회담 조건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억류자 석방문제를 정치적 사안과 분리해 접근하려는 원칙적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놓고는 현행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모든 핵 활동을 신고하고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을 분리해 접근하는 기존 원칙을 깨뜨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두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억류자 문제가 장기화되면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억류자들의 조기 석방을 끌어내는 '외교적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일러 특사가 지난 4일 한 세미나에서 "억류자 석방문제가 북·미관계의 중요한 걸림돌"이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석방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이는 기존 원칙을 바꾼다기보다는 이들 억류자들을 석방할 경우 북·미관계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2009년 미국인 여기자 억류사태 때 활용한 '클린턴식 해법'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에 보냈고 여기자 두 명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당시 클린턴 방북을 미국이 북한에 정치적 양보를 하는 것처럼 대내 선전에 활용했지만, 미국은 끝까지 여기자 석방이 정치적 사안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실제로 북·미관계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구미'에 맞는 고위급 특사를 고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정치적 효과를 높이고자 전직 대통령이나 현직 고위관리의 방북을 희망하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를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듯하다.

2009년에도 미국은 앨 고어 전 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방북 리스트에 올렸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처음부터 클린턴 전 대통령을 '콕 찍어' 거론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방북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억류자 해법은 단순히 북·미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비롯해 동북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끌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 워싱턴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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