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명량'을 6일 밤 관람했다.
상영 8일째에 관객 7백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흥행돌풍의 영화, '명량'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느낌을 줬을까 관심이다.
이번 주말, 주일을 넘기면 천만 관객 문턱에 다다르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명량'이 한국 영화사상 관객 1천 5백만 명을 향해 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영화 명량은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영화다.
이순신 장군(배우 최민식분)이 명량대첩을 치르는 도중이나 승리를 한 이후에도 당시 왕인 선조를 칭송하지 않았으며 전쟁에 동참한 백성들도 왕을 드높이기 보다는 이순신 장군을 떠받드는 내용뿐이다.
당시 왕인 선조가 그토록 죽이려했던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30여척(난중일기엔 133척으로 기록됨)의 왜선을 격퇴시킨 대한민국 해전사에, 세계 해전사에도 길이 남을 승전이었다.
일본군의 규모와 전함 수, 왜군의 잔학상에 잔뜩 겁을 먹고 도망가려고만 하는 조선 수군의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일본군의 대포가 빗발치는 와중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최선두에 서서 지휘하는 장수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등이 화면을 적신다.
경사 우수사 배설이 거북선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는가 하면 병졸들도 두려움에 떠는 나머지 도피하기에 급급한 현실을 직시한 이순신 장군은 병영에 불을 질러버리고 퇴로가 없음을 밝힌다.
두려움 극복의 시발은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로 시작한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요행히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으로 향해 한양으로 진격할까? 아니면 진도를 돌아서 이른바 외해(명골수도 등의 해로)로 갈까를 고민하던 왜군을 울돌목으로 유인한다.
특히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간빠꾸)로부터 이순신 장군을 죽이라는 특명을 받고 출전한 해적 대장 구루지마 마치후사(영화에선 마다시)의 의사가 반영돼 일본군은 울돌목으로 향한다.
이순신 장군은 구루지마의 머리를 베어 이순신 장군의 함선 깃대에 꽂아 왜군의 기세를 꺾어 버린다. 왜군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왜군 수장 도도 다카도라와 와카자키는 후퇴를 명하고 패배를 인정한다.
이순신 장군의 아들 회는 함선(판옥선)에 오르기 직전 아버지인 이순신 장군에게 "왕이 그토록 아버지를 죽이려하고, 이번 전쟁에서 승리해도 죽이려 할 텐데 왜 아버지는 목숨을 던지려 하느냐"며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 세상을 떠난 할머니 영전이라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듯 말한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충(忠)은 의리다. 의리는 왕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충(忠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배우 최민식의 이 발언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자못 궁금하다.
특히 배석한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을 비롯한 거의 모든 수석비서관들이 어떻게 충성의 의미를 되새겼는지 모르겠다.
사실 김기춘 실장 등의 ‘충’은 백성, 국민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만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성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백성을 위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