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망사건' 등 최근 잇따른 군부대 사건·사고와 관련한 새누리당의 대응 방식은 9년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야당 시절이던 2005년(당시 한나라당)에는 국방부 장관의 해임안을 발의하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육군 참모총장이 책임지면 그만'이라며 책임 수위를 낮추는 데 매진하고 있다.
◈2014년 "육군총장이 책임졌으면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향해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책임졌으면 다 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책임론을 넘어, 사건 당시 장관이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앞서 회의석상에서는 "참모총장이 물러난다고 덮어질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장관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책임을 더 (윗선으로) 가져가야 된다는 게 아니라, 책임은 육군 참모총장이 다 졌더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육군 참모총장을 '책임의 상한선'으로 규정한 것은 지난달 22일 '유병언 부실수사'와 관련해 "정부의 무능이 아니라, 경찰의 무능"이라며 책임소재를 한정한 것과 유사한 태도다.
이날 박대출 대변인 역시 "야당은 '누구를 사퇴시켜라', '누구의 책임을 더 물어라'라고 문책론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도 모자라 다른 사건도 보태 문책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문책론을 남발하고 집착하는 것은 사태해결에도, 국정운영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05년 "대통령은 사과하고, 장관 해임하라"
하지만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19일 육군 28사단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자 "전부 정권의 책임"이라며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는 등 대정부 공세를 폈다.
사건 발생 이틀 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강재섭 원내대표는 "지금 군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은 전부 이 정권 책임"이라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우선 국민들한테 '정말 잘못했다'는 사과를 대통령이 해야 하고, 국방장관은 반드시 해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번 7·30재보선으로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은 당시 부대변인 자격으로 "장관 유임 방침은 책임정치를 거부하는 후안무치이자 국민 분노를 외면하는 오만방자함의 극치"라며 "국군 최고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민과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비난했다.
장관 해임건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실시된 의원총회에서는 "개인 윤광웅 장관의 해임안이 아니라 노무현 참여정부의 총체적 실정에 대한 해임안"(박진 의원), "국방장관 사퇴를 못 시킨다면 정당이 아니다"(안택수 의원)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그해 6월 30일 본회의장에서는 임태희 원내수석이 "'정국 주도를 위해서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추진한다'는 대통령의 시각은 야당과 국민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고 정치공세"라며 가결을 호소했지만, 해임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31표로 결국 부결됐다.
◈9년전과 지금의 상황은 다른가
9년전 한나라당은 28사단 총기난사 사건 뿐 아니라, '훈련병 인분' 사건을 비롯해 군대 내 잇따른 자살사건 등 인권유린, 전방 철책이 뚫리고 어부가 월북하는 등의 경계실패, 해군 훈련정 유실이나 인사 파동 등 기강해이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전여옥 당시 대변인은 "이 모든 문제는 '윤 국방 재임' 중에 비롯됐다. 국방장관이 왜 휴전선 초소에서 일어난 일까지 책임져야 하느냐고 반박한다면, 정부각료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남의 일'로 여기면 된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김관진 실장이든, 한민구 장관이든 '남의 일'로 여기지 말고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안 역시 단지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