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에서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실 밖으로 나섰다.
전교조 추산 1,400여 명의 조합원은 27일 오전 수업만 하고 조퇴한 뒤 서울역 광장에 모여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전국교사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집회는 2006년 교원 평가제 반대 이후 8년 만이자 법외노조 판결 이후로는 처음으로 전교조가 벌인 대규모 조퇴 투쟁이다.
이 자리에서 전교조는 법외노조 결정과 '노조전임자 학교 복귀' 등 후속 조치를 철회하고,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현행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고 논문 표절 등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내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집행위원들과 함께 1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이 9명의 조합원을 내치라는 것은 25년 역사 전교조의 참교육 민주주의 깃발을 내리라는 요구"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9명의 조합원을 전교조 밖으로 내치라고 요구하는데, 우리 사법부가 언제부터 노조의 자주성, 독립성을 보장했나"라며 "전교조는 자주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지켜나가고 쟁취하겠다"고 역설했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도 "9명의 해직교사와 함께 조합원이 희생을 감내하며 싸우는 것이 전교조의 정신이고 민주노총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2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 마친 뒤 명동을 지나 종각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전교조 전국 각 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조퇴를 하고 서울에 집결했다. 박종민기자
이후 집회참가자들은 종로구 보신각으로 이동한 뒤 저녁 6시부터 '전교조 지키기 교사 시민 결의대회'를 이어나갔다.
또 전교조 이영주 수석부위원장과 전국 16개 지부 대표단이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 철회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내정 철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등 4대 요구를 담은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청운동 주민센터로 향했지만, 경찰이 막아서 현장 기자회견으로 마무리 지었다.
교육부는 전교조 조퇴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 대규모 교사 징계 사태 등이 우려된다.
교육부는 오는 30일까지 조퇴 투쟁 참여 교사 명단과 사유, 시간 등을 보고하도록 각 학교에 지시했다.
하지만 전교조는 징계를 감수하고 법외노조 철회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검찰과 교육부는 전교조의 조퇴투쟁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 집단행위 금지 규정과 형사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겠다고 한다"면서 "두 가지 모두 이번 투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 대변인은 "공익에 저해되거나 교사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에 집단행위로 볼 수 없다"며 "사전에 조퇴투쟁을 예고하고 오전에 미리 교환수업을 한데다, 학교당 2명 이내로 조퇴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거나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인천지부 사립지회 심재철 분회장은 "징계하겠다면 달게 받겠다. 징계를 받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다"며 "학생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움직임이기 때문에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싸울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다음 달 12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투쟁의 고삐를 조인다는 방침이어서 정부 측과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