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위기에 빠진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구해낼 구원투수로 안대희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국민검사'라는 호칭을 받았던 안대희 총리후보자 지명에 대해 여론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편이지만 검사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또 정치력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민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낙점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후보자로 지명했을까?
=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아닌가" 하는 그런 평가가 나온다.
▶그게 무슨 소리냐?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할 수밖에 없었다니?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22일 오후 내정 소감 발표를 위해 서울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기자/자료사진
= 안대희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많지만 눈여겨 볼 대목 중 하나가 '공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선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박 대통령의 레이저를 맞아 눈 밖에 났던 인물이라는 얘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과 안대희 후보자의 관계를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라고 말한다.
안 후보자는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012년 10월 박근혜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씨를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하자 "비리인사를 영입할 경우 정치쇄신특별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박근혜 후보의 설득으로 사퇴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운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그렇게 탐탁해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권이나 법조계 등에서는 '안대희 카드'는 평시에는 절대 쓰지 않을 카드라고 평가한다.
청와대의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평시에는 안대희를 경원시하지만 위기가 오면 꼭 필요하다고 봤다. 지금 상황은 안대희가 아니고는 수습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 중견법조인도 "태평성대라면 절대로 안대희 카드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상황이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희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되면 대통령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안대희 스타일이 강단 있고 고분고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바른 소리 할 것이다. 그런 전망들을 한다.
안 후보자도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겠다', '진정으로 보좌하겠다' 이런 단어들을 사용했다.
검찰에서 안대희 후보자와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견법조인은 "안 후보자가 강단 있는 인물로만 알려져 있지만 윗사람을 잘 모시고 두루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사건건 부딪히거나 맞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안 후보자를 잘 아는 법조인은 "막무가내는 아니지만 양보하지 못할 부분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안대희 카드를 선택한 건 상당히 모험이라는 얘긴데 그럼에도 왜 안대희를 낙점했을까?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자료사진
=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모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다. 정치란 생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변화나 변신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대희 카드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에게 알려진 안대희 후보자의 이미지는 '국민검사'로서 '강직함'과 '청렴성'이다. 그래서 안대희 하면 '부정부패 척결 원칙주의자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2003년 참여정부시절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불법대선자금을 받는 과정에서 현금다발이 든 차량을 통째로 넘겨받는 이른바 '차떼기 사건'을 밝혀냈고,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 측근과 집권여당 중진들을 구속시켜 모처럼 검찰이 국민의 칭찬을 받도록 했다.
청와대가 안 후보자 지명 이유를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를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안대희 후보자도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하여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1기 내각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장관 라인의 공안정국이었다면 2기 정국은 김기춘 비서실장, 안대희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사정 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올드보이가 아니라 비교적 젊은 안대희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7인회를 주축으로 하는 '올드보이'들이 두텁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안대희 카드를 통해 젊은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70대 중반을 넘긴 비서실장이 건재 하는 상황이지만 내각은 젊어질 것이라는 걸 시사하는 것이다.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한다고 했으니까 안대희 총리보다는 아무래도 젊은 장관들이 대거 기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청문회를 통과가 무난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국정쇄신을 위해 개각을 한다면서 논란이 되는 인물, 문제성이 있는 인물을 임명한다면 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안대희 후보자는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대형로펌에 들어가지 않았고 일반 형사사건도 수임하지 않으면서 자기관리를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제하에서 국무총리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 그렇다. 국무총리는 세칭 '국정의 2인자' 이름하여 '1인 지하 만인지상'이라고 불린다.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것이고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이 있다.
그렇지만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한마디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수가 아닌 변수일 따름이다.
그래서 국무총리에게는 '대독 총리', '의전 총리', '방패 총리' 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들이 붙어 다닌다. 국무총리실을 두고는 '권한도 없고 책임도 없는 공직'이라는 말도 있다.
실세총리로 불린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내려주는 그런 상황이었지 내각책임제 하의 총리처럼 '책임총리'가 자리 잡은 전례가 없다.
다만 과거와 상황이 달라진 건 국무총리 휘하에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가 새롭게 신설된다는 점이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까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소방방재청, 해경조직, 그리고 아마도 경찰도 국가안전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행정혁신처는 공무원의 조직과 인사 행정을 담당하는 과거 총무처의 기능이 부활하게 된다.
그럴 경우 외형적으로는 이름만 총리가 아닌 '책임총리'가 가능한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안대희 카드가 성공하게 될까?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자료사진
= 안대희 후보자가 강단 있고 원칙을 고수하는 인물로 장점이 많다. 그래서 총리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렇지만 검사출신이라는 약점이 있고, 정치력과 포용력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그런 평가도 나온다.
어제(22일) 기자회견을 보셨겠지만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출사표와 같은 상당히 격앙된 그런 모습을 보였다. 평생 법률가로서 살아온 안대희 후보자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안대희 국무총리 카드가 성공할 지 일회성 카드로 활용되고 말지는 안대희 후보자에게 달렸다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달린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안 총리 카드의 성공여부는 안 후보자에게 3의 책임이 있고 박 대통령에게 7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일부 언론에서는 안대희 후보자가 총리로 취임하면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그 일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것들이다.
총리에게 실권을 줘서 국정을 이끌게 할 것이냐 아니면 그동안 해온 대로 만기친람을 계속하느냐 마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권력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옛말에도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세상에 나누지 못하는 것이 권력과 소수(素數)라는 말도 있다.
김영삼 정부시절 대쪽 총리로 불렸던 이회창 국무총리가 헌법에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려다 김영삼 대통령과 수시로 충돌했고 자신을 교체하려고 하자 "법적권한도 없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한다"며 총리 취임 127일 만에 사표를 냈던 일이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안대희 카드를 선택했다는 건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호위무사',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하지 않는다는 건 일시적으로는 권력을 내려놓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절대로 권력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뀌지 않고는 아무리 총리를 바꾸고 국정원장을 바꾸고 장관을 바꾼다고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