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월간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스캔들에 대한 심정을 밝힌 모니카 르윈스키. (유튜브 영상 캡처)
"저는 그 때 그런 일이 생긴데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I, myself, deeply regret what happened)
10여 년간의 침묵을 깨고 '때 마침' 돌아온 모니카 르윈스키가 지난 주 미국의 한 월간지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심정을 밝힌 말이다.
일부 언론은 르윈스키가 과거 일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보도를 했지만 전문가가 보기에 이 말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한다. 단순히 벌어진 일(자기가 한 일이 아니다)이 유감이라는 것, 그것은 정형적인 '정치적 사과'라는 설명이다.
이런 해석은 미국 남 오리건 대학 언어학과 에드윈 배티스텔라 교수가 최근 미국 정치 전문 잡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내놓았는데 종종 정치인들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더 답답하고 화가 났던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배티스텔라 교수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사과를 할 때 형식적으로는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다. 하지만 애매하고 이리저리 빠져 나가는 표현을 써서 내용적으로는 잘못과 거리가 있음을 은근히 주장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과와 정치적 립 서비스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자신의 잘못을 도덕적으로 인정하고 후회를 표현하는 것, 둘째는 사회적으로 피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보상하는 것이 진정한 사과라고 배티스텔라 교수는 주장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진정한 사과를 하려고 한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라는 말일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구체적인 단어와 어법이다. 영문법에서 말하는 수동태나 가정법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용이한 만큼 진정한 사과와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그런 실수가 발생해서(누구의 실수?) 유감이다", 또는 "만약 그 사람이 기분이 나빴다면(이미 기분이 상했다는게 분명한데도) 사과한다", "혹시라도 누구에게 상처를 줬다면(상처 받은 대상이 분명하지만) 미안하다" 등 우리가 자주 들었던 표현들은 결국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사실, 이런 저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담은 진정한 사과인지 아니면 마지 못해 하는 립 서비스인지는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다. 결국 잘못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히 정치인들은 책임 부분 만큼은 피하고 싶어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만 해도 그랬다. 르윈스키와의 문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매번 모호한 표현을 써가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난 비난 뿐이었다.
결국 나중에는 가족, 친구, 참모, 내각, 르윈스키와 그 가족, 미국인들까지 일일히 대상을 언급하며 사과를 해야 했고 "죄를 졌다"는 표현까지 써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또 다시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미 두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국민들은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비판 여론이 더 확산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는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고도화된 정치 행위라는 점에서 일반인의 사과와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 인정이 사과의 첫 단추라는 점은 일반인이나 정치인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