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9개의 수석비서관실의 한 곳이다. 민정수석을 정점으로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 민원비서관 등 4명의 비서관이 편제돼 있다.
민정수석실은 이런 직제표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대통령 권력의 상징이다. 막강한 법무부, 검찰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이 곳이고, 공직기강과 공직후보자 검증도 이 곳에서 이뤄진다.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힘있는 부처에서 잘나가는 공무원들이 파견돼 일을 한다. 권력을 갖고 있다보니 소문도 많고 논란도 많다.
최근에는 언론에 청와대 근무했던 행정관들의 비위.비리가 자세히 보도되면서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문건이 통째로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유출자 색출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제로 의심되는 소형 무인비행기에 청와대 상공을 그대로 내준 것도 문제이지만, 민정수석실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거의 그대로 외부에 유출된 것은 또한 심각한 보안상의 기강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역대 민정수석들은 언론과 종종 만났다. 산하 비서관들도 언론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민정수석실 고유의 일을 언론에 흘리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이와 달리 이번 정권에서 민정수석실은 철옹성이다. 민정수석이나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은 철저히 언론을 피한다. 기자들의 전화는 아예 안받는다. 명함도 안받을 정도다. 그럼에도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민정수석실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잊을만 하면 사고가 터지곤 했다.
박 대통령의 초기 인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민정수석실은 검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책임론에 시달렸다. 물론 검증을 담당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검증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예상 쟁점 등을 다 보고했을 뿐 선택은 자신들의 몫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의 중심에도 민정수석실이 있었다. 야당에서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현직에 있는 민정비서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고,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소속 청와대 파견 경찰은 채 전 총장 혼외 아들로 의심되는 채 모 군을 뒷조사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민정수석실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겐 저승사자다. 그러나 잣대와 기준이 공정하고 결이 고른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내에서 불미스런 소문만 돌아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조사를 받아야 한다. 박 대통령 미국 순방 때 인턴 여직원 성추행 추문의 장본인인 윤창중 전 대변인도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거쳐 면직됐다.
기업체로부터 받은 상품권을 보관하고 있다가 경질된 행정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팀은 사무실 책상까지 뒤질 정도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오영 행정관이 채 모 군에 대한 불법적인 정보조회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는 안전행정부 김 모 국장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김 국장은 완강히 부인했고, 결국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벗었다.
민정수석실이 김 씨를 조 국장의 윗선으로 지목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에 쏠리던 언론의 관심은 무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