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수 기준 세계 10위 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한국 진출을 꾀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저비용항공사(LCC)로서 초저가 요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국내 업계는 기간산업 보호를 이유로 외국인 지분율 규제를 더 강화해달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23일~24일 열리는 한중항공회담은 거대 시장인 중국의 하늘길을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그 열매는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중국 항공사들이 독식할 수 있다.
에어아시아가 국내 진출에 성공할 경우, 우리가 맺어놓은 항공협정을 이용해 동북아 시장을 대거 잠식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래저래 국내 업계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편집자 주="">편집자><기획 순서="">기획>1. “항공주권 지켜달라”…업계, 외국인지분 축소 요구2. 외국계 LCC 공습경보…가격파괴로 시장 장악
3. 국내 업계의 과제…위기이자 기회로 활용해야
국내 모 항공사 대표는 지난달 전경련 모임에 참석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적항공사의 외국인 지분 한도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항공법상 50% 미만으로 돼있는 외국인 지분율을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슷하게 25% 수준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지분은 50% 미만으로 하면서도 의결권 지분을 각각 25%, 33% 미만으로 규제함으로써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중국도 외국인 지분은 50% 미만이지만 동일인 지분을 25% 미만으로 정해놓았다.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업계의 이런 요구를 반영해 지난해 3월 항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국토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법에도 외국인의 ‘사실상 지배’ 금지 규정이 있기 때문에 굳이 개정할 필요가 적다는 이유다.
또, 외국인 지분 규제 강화는 한미, 한·EU FTA의 자유화 후퇴방지(Ratchet)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체코항공에 4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런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업계가 외국인 지분 축소를 요구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인 외국계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내 진출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룡 항공사로 불리는 에어아시아는 위협적인 존재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에어아시아는 저비용항공(LCC) 자회사인 에어아시아X를 내세워 청주공항이나 인천국제공항을 근거지로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당초 지난 2월 국토부에 설립인가 신청을 하려고 했다가 국내 업체의 반발에 부딪혀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아시아 한국법인은 국내 중견 물류회사가 35%, 재무적 투자자들이 40%의 지분을 차지하고 에어아시아는 25%만 갖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항공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우호 지분 등을 감안할 때, 지분율과 상관없이 에어아시아가 지배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적은 지분을 갖고도 의결권 행사에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며 “그동안 에어아시아의 전략이 그래왔다”고 말했다.
에어아시아의 국내 진출은 우리 항공협정에 대한 무임승차 논란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법상 외국과의 합작법인이라도 국적 항공사의 지위를 가지며, 따라서 우리나라가 체결한 항공협정을 준수할 의무와 이를 이용할 권리를 함께 갖는다.
한국을 거점으로 동북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좋은 조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아시아는 더 이상 진출할 곳이 없을 정도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3일~24일 한중항공회담에서 항공자유화의 범위가 얼마나 넓어질지도 관심이다.
거대한 중국시장이 열릴 것이란 우리 업계의 기대와 달리, 에어아시아에 이어 중국의 LCC들까지 저가 경쟁력을 앞세우고 몰려올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허희영 교수(한국항공대 경영학과)는 “중국은 제대로 된 LCC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지금보다도 더 낮은 가격으로 덤벼들 것”이라며 “국내 업체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