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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는 범행 동기도 제대로 못 밝혔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 몸통에는 제대로 접근도 못하고 깃털만 사법처리 한채 결국 처음부터 예상했던대로 '꼬리 자르기'수사로 끝났다.
더욱이 검찰은 증거조작을 주도한 이모(54·3급) 대공수사국 처장이 이번 사건을 주도한 실무 총책임자라고 적시했지만,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남재준 체제의 '국정원 버티기'에 검찰이 굴복했다는 비판이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증거위조 사건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서울고등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문건을 위조한 국정원 협력자 김모(61) 씨와 위조를 지시한 국정원 김모(47) 대공수사국 과장을 구속기소 했다.
또 증거위조에 직접 간여했지만 자살을 기도해 병원치료중인 권모(50) 국정원 과장에 대해서는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국가기관에 의한 법정 증거 위조'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국정원에 대한 검찰의 단죄는 여기까지였다.
검찰은 사실상 증거위조 전반을 지휘한 것으로 보이는 이모(54) 국정원 대공수사국 처장과 위조된 증거서류를 영사인증해준 이모(48·국정원 파견) 주선양 한국총영사관 영사를 추가로 불구속 기소하는데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지었다.
국정원 출신의 이인철 영사가 자신의 명의로 작성한 확인서. (자료사진)
지난 2월17일 중국대사관이 서울고등법원에 보낸 회신에서 "검찰측이 제시한 중국정부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밝힌뒤, 검찰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검찰이 금기시하는 '국정원 대공라인'과 자기집 식구들을 조사해야만 하는 '제머리 깎기 수사'라는 점에서 내재적인 한계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검찰은 국정원 윗선이 어느정도 증거조작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는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혐의점을 입증한 간부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이 대공수사국 처장은 검찰 수사결과발표에서도 사실상 이번 증거위조 전반을 기획하고 지휘한 것으로 나와있지만, 검찰은 불구속 기소라는 솜방방이 처분을 내렸다.
증거조작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체계를 흔드는 '반국가적 일탈 행위'를 했는데도 하위직원만 구속하고 그나마 실무 책임자인 이 처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또다른 기소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모 처장이 총책임자는 맞는데 구체적 범행을 하고 행위를 한 건 그 밑의 과장 이하들"이라며 "또 어떤 방안을 밑에서 고안해서 보고하면 그걸 승인 결재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이 처장의 지휘하에서 증거위조를 실행했는데도 명령자는 불구속 기소되고 명령을 수행한 김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 씨만 구속기소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 설명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코미디다. 실무 총책임자인데 아래 직원들이 범행 방안을 고안해 보고했기 때문에 불구속 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부실수사를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국정원 수사팀 관련자들은 부국장 이상의 상급자에게 증거입수 경위를 보고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전문 겨래 관련 조사결과도 이들의 주장과 부합하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국가 정보기관이라는 조직 특성상 남 원장의 부하인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만으로 혐의없음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남 원장이 왜 혐의가 없는지 설명하는 '친절함'까지 보여줬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치는 지난 채동욱 검찰총장의 낙마 이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무력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혹이 터지자 김진태 검찰총장이 직접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조치는 총장의 의지가 빈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은 검찰 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수사결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