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한대욱기자
헌법재판소는 행정수도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들어 "수도이전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법리적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서 새로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헌법 재판소는 전원재판부는 21일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재판관 8대1의 압도적 다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먼저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을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수도이전 그러니까 ''천도''개념으로 규정했다.
헌재는 이같이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특히 "서울이 수도인 것은 헌법에는 명문화돼 있지 않지만 오랜 관행에 따른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오랜 관행에 따라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헌재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조선왕조 6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조선 성종 때 기본법전이었던 경국대전에도 서울의 수도로서의 지위가 분명히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을 변경하려면 반드시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특정지역이 수도라는 조항을 새로 개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영철 헌재소장은 "예컨데 충청권의 특정지역이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조항을 헌법에 개설하는 것에 의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은 폐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헌재가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는데는 불문헌법 또는 관습헌법이 결정적인 판단근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 변경하려면 반드시 헌법 개정 통해야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관습헌법을 근거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첫 사례일 만큼 매우 드문 경우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성문법 체계인 우리 법 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는 무리한 법리적용을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헌재의 결정은 헌법에 근거해야 한다"며 "헌법상의 불문헌법에 의해 결정하라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따라서 "불문조항에 근거해 결정한 것은 헌법에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 결정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헌재 논리라면 최근 여야가 폐지를 추진 중인 호주제나 동성동본 금혼제도 국회에서 폐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주제 등도 오랜 관습에 따른 일종의 불문헌법인데 헌법개정을 통해서만 폐지가 가능하게 된다.
학계에서도 관습법을 근거로 한 헌재의 법리 전개는 논리비약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관습헌법 변경을 헌법변경의 절차에 꼭 따르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 논리에 따르면 호주제 등도 헌법개정을 통해야 가능이와 관련해 전효숙 재판관은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은 반드시 헌법 개정을 요하는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행정수도 이전 정책 역시 "국민투표를 요하는 사안으로 볼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전 재판관은 특히 "수도이전 같은 중요문제에 대해 민의를 대변하지 않고 당리당략적으로 입법했더라도 그것이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위반되지 않는 한 입법의 궁극적인 책임은 입법부를 구성한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CBS사회부 구용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