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소송 남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1심을 강화하고 가급적이면 2심에서도 양형에 관한 한 1심판결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들의 공판에서 법원이 항소심에서 1심형량을 지나치게 감형시켜 법원 스스로 약속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은 22일 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1심의 형량을 징역 1년으로 대폭 감형했다.
노무현 캠프측의 안희정씨도 1심에서는 징역 2년 6월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으로 크게 줄였다.
최돈웅씨의 경우 재판부는 감형사유로 "김영일 전 의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범행을 한 점과 고령인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안희정씨는 "죄질이 가볍지 않으나 기업들이 스스로 안씨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실제 돈이 선거에 쓰인 점"을 들었다.
이에 앞서 1심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해 불법정치자금과 정경유착 관행을 타파한다는 취지 하에서 형량을 엄정하게 선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인 항소심에서는 1심의 양형 취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형량이 크게 낮아졌다.
1심 양형 취지 찾아보기 힘들 만큼 형량 크게 낮춰 두 사람 말고도 대선자금과 관련된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2심에서는 이미 예외없이 감형선고가 내려졌다.
대선자금과 관련돼 정대철 열린우리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에 대해 이미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다.
이상수 전 의원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이미 출소했다.
서정우 변호사는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징역 2년으로 대폭 감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이와 함께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 이재정 전 의원 등에 대해서도 항소심에서 큰 폭의 감형이 이뤄졌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반성하며 정계를 은퇴했거나 개인 유용은 거의 하지 않은 사유를 들어 감형을 선고한다고 대부분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다.
"정계 은퇴했거나 개인유용 안 해 감형한다"법원이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형을 감량하는데 있다기 보다는 유,무죄에 대한 사실을 가려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는데 있다.
법원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얼마 전에서 항소심에서 1심 선고형량이 크게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때 제시된 기준은 사실심인 1심 재판을 강화함으로써 가급적 항소율이나 상고율을 낮춰 소송남발을 막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유,무죄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양형에 관해서만은 가급적 항소심의 경우 1심 선고양형을 존중해서 선고형량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물론 이같은 법원 내부의 의견일치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1심 존중해서 항소심 선고형량 결정하기로
상당수 법조인들은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에 대한 선고형량이 항소심에서 지나치게 감형되고 있다는데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1심에서 선고형량이 정해진 뒤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형량이 반토막 이상 감량된다면 사법부 스스로 1심판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 밖에는 안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김갑배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2심에서 양형을 지니치게 깍는 것은 1심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법부 신뢰를 스스로 저하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에게 "무조건 항소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해 소송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양형을 지니치게 깍는 것은 사법부 신뢰 스스로 저하시켜대선자금 당시의 수사팀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가 돈정치 풍토를 차단하고 단절해서 새시대 정치로 나가자는 역사적 의미를 확실히 하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고형은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다른 검사는 "이런 식으로 재판이 진행된다면 검사들이 수사하는 보람이 없을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도 정치인들에게 거액을 전달한 기업인들을 대부분 봐준 전력이 있어 법원만 나무라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CBS사회부 구용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