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논란에 휘말려 공개석상에 사라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 굴나라 카리모바가 본국에서 가택 연금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독재정권의 실세로 통했던 카리모바가 부친인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감금생활을 하고 있으며, 구타와 감시 등 불법행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카리모바가 익명의 인물 통해 보내온 자필 편지로 드러났다.
카리모바는 제보 이메일에 첨부된 편지에서 갇힌 신세로 전락한 데 따른 비탄의 심경을 밝히면서 권력층의 모함 때문에 자신과 지지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편지에서 "법치를 믿었던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며 "연금된 상태에서 카메라 감시와 위협 등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구타까지 당했다"고 공개했다.
지난달 갑자기 자취를 감춘 카라모바는 연금 당시 특수요원들이 타슈켄트 자택 옥상을 통해 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들이닥쳤으며 사람들을 끌어내 눈을 가리고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고 밝혔다.
집에는 인터넷과 TV는 물론 전화도 끊긴 상태이며 16살 된 딸의 건강이 나빠져 불안하다고 전했다.
제보 편지에는 작성자의 서명은 없지만 내용으로 볼 때 지난해까지 제네바 주재 대사를 지낸 카리모바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첨부된 편지가 그림 파일이어서 정확한 감정에는 한계가 있지만, 필체감정 결과도 75% 일치해 진본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우즈베크 당국은 카리모바를 가택연금 하면서 사업 동료이자 남자친구인 루스탐 마두마로프를 비롯한 다른 두 명의 측근을 체포해 횡령 및 탈세, 불법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모바 소유의 미디어 매체들과 그녀와 관련된 의류업체들도 당국에 의해 폐쇄된 상태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카리모바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맏딸로 차기 후계자감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각종 부패 의혹의 중심에 놓이면서 부친의 눈 밖에 났다.
그녀는 우즈베크에서는 미디어 기업을 거느리면서 팝스타이자 패션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권력부패의 상징적 인물로 통했다. 미국의 외교문서에서는 정권 핵심부의 가장 증오스런 '탐관'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카리모바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통신기업 텔리아소네라로부터 사업 허가를 대가로 3억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스위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자 지난해 9월 본국으로 피신했다.
카리모바는 편지에서 자신의 몰락은 주변의 모함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우즈베크에서는 자신 말고는 아무도 부친에게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적이 됐다며 루스탐 이노야토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어머니와 여동생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런 변명에 대해서는 동정론보다는 위선적이라는 비판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앙아시아 전문 온라인매체 페르가나를 운영하는 다닐 키슬로프는 "카리모바에 처벌을 명령할 사람은 부친밖에는 없다"며 "인권 문제에 대한 경고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카리모프라도 외국인 투자 유치에 차질을 주는 딸의 부패는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