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가족을 내팽개치고 가출한 아버지에 대한 분풀이로 방화를 일삼은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경북 경산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던 정모(29) 씨.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정 씨는 고교시절 살던 집을 몰래 팔아치우고 도망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좀처럼 삭일 수 없었다.
가시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어긋난 선택으로 이어졌다. 과거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에 불을 지르기로 한 것.
결심을 굳힌 정 씨는 지난해 8월 28일 자정쯤 담장을 넘어 옛 집에 침입한 뒤 불을 냈다.
리모델링 중인 빈집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혀 졸지에 방화범 신세가 됐다.
경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어머니로부터 "어디가서 확 죽어라"는 심한 꾸지람을 듣자 또다시 분노가 불길처럼 솟구쳤다.
이번에는 경산에 있는 한 재래시장 상가를 태워버리기로 작정했다.
아버지 가출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내고 다니는 부친의 지인이 이곳에서 일하는 상인이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10월 15일 새벽 2시 15분쯤 정씨는 일회용 라이터와 휴지를 이용해 시장의 한 점포에 불을 질렀다.
인근 옥상에서 올라가 치솟는 불길을 지켜보다 덜컥 겁이 났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화염은 시장 상가 4개동을 태워 수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고, 급기야 점포에서 잠을 자던 상인 1명(85세)의 목숨까지 앗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