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조속히' 밝혀서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박 대통령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가 '한 점 의혹없는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잘못이 명백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하면 국정원을 향하던 비난의 화살이 박 대통령을 향하고,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도 새누리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을 겨냥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국정원은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전락했다.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정원이 해명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사실과 다른 거짓으로 판명되면서 신뢰 손상을 자초한 결과다.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 수사는 애초 문제가 됐던 세가지 문건 가운데 위조가 확인된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중국동포 김씨가 위조하는 과정에 국정원의 지시 또는 방조.묵인이 있었는지에 맞춰지고 있다.
또 국정원이 선양총영사관을 통해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전달받아 검찰에 제출했다는 나머지 두 문서(출입경기록 조회결과,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에 대해서도 위조 여부와 함께, 위조가 됐을 경우 국정원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알았다면 위조지시나 방조.묵인이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어느 하나라도 국정원이 알았고, 지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국가위조원이 되는 셈이다. 방조나 묵인이 있었다고 결론난다 해도 사태의 심각성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간첩'을 만들기 위해 증거 조작을 눈감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협조자 김씨 등의 문서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충분한 검증없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몰랐다는 결론이 날 경우 국민들이 납득할 리 없다. 야당의 특검 공세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책임 추궁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데 핵심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진퇴여부다.
벌써 진보언론은 물론 보수언론조차 남재준 원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과 몇 달전에 일어난 일로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국정원 댓글사건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신당창당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연합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현재 (국정원을) 책임지고 있는 남재준 국정원장은 해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은 사면초가에 몰린 양상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때는 'NLL'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으로 국면을 전환할 수 있었지만 수세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