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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사건'…국과수가 죄를 씌우고, 벗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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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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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50)씨의 `유서대필 사건'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부르는 것은 수사기관이 당사자의 글씨체(필적·筆跡)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1894년 알프레드 드레퓌스 프랑스군 대위가 주불 독일대사관에서 발견된 기밀문건 필체와 자신의 글씨체가 같다는 이유로 기밀 유출의 누명을 쓴 것처럼, 강씨도 1991년 분신자살한 운동권 동료의 유서 필적과 자신의 필체가 같다는 이유로 자살방조범으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의 원 재판과 재심 재판의 핵심 쟁점도 자살한 김기설씨가 남긴 유서를 강씨가 대필했는지였다.

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 결과를 유·무죄 판단의 잣대로 삼았다.

1991년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는 강씨에게 자살방조죄의 올가미를 씌웠다.

반면 2007년과 지난해 국과수의 재감정 결과는 그의 누명을 벗기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다.

김기설씨 사망 직후 김형영 당시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은 그의 유서와 그가 남긴 다른 자료들의 필적이 다르고 오히려 유서와 강씨의 진술서 등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검찰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강씨의 유죄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그 신빙성을 인정했다.

강씨가 김씨에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부추겼다는 시나리오가 실체적 진실과 부합한다고 결론났었다.

하지만 국과수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재감정을 실시해, 1991년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김씨의 전대협 노트·낙서장이 유서와 필적이 같다는 것이었다.

이 전대협 노트·낙서장은 김씨의 친구인 한씨가 1997년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1991년 당시에는 감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였다.

강씨는 과거사위의 진실 규명 결정을 바탕으로 2008년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4년여 뒤 재심 개시를 최종 결정했다.

다만 전대협 노트·낙서장 자체가 김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심에서는 검찰 측 신청으로 국과수 감정이 한번 더 실시됐다.

이번에는 검찰이 압수한 김씨의 이력서 등 개인적 자료와 전대협 노트·낙서장, 유서의 필적이 한꺼번에 감정됐다.

그리고 국과수는 작년 12월 "전대협 노트·낙서장은 유서와 필적이 동일하고, 이와 김씨의 다른 자료도 필적이 동일하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새로운 결론을 법원에 제출했다.

재심 재판부는 "1991년 국과수는 유서의 필적과 김씨의 필적이 상이하다고 감정했으나 이는 김씨가 정자체만 사용하는 것으로 속단하고 속필체인 유서와 단순 비교해 감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7년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 재심에서 실시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유서는 강씨가 아니라 김씨가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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