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여대생이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0km 걷기에 나서 화제다.
중국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니는 샤오메이리(肖美麗·25)는 지난 16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도착했다. 지난해 가을 베이징을 떠나 남서쪽으로 꼬박 100일을 걸어내려 왔다.
그의 목적지는 중국 남부의 항구도시 광저우(廣州). 베이징에서 광저우까지 약 2천㎞를 걷을 계획이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 훨씬 쉬울 길을 굳이 걸어서 가는 이유는 성폭력 희생자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인터넷판은 성폭력과 여권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려고 '대륙 도보종단'에 도전한 젊은 여성인권운동가로 샤오메이리를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중국에서는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 맡는다'는 뜻의 '반볜텐(半邊天)'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는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편이지만 샤오메이리의 의견은 다르다.
지난해 60대 초등학교 교장이 초등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이 여럿 드러나 중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지만 여전히 성폭력과 관련한 비난의 화살은 피해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이는 여성의 열악한 지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샤오메이리는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수치심을 느껴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려고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자원(23)과 영화감독 위안항(24)과 동행하면서 도중에 마주치는 도시나 마을의 우체국에 들러 그 지역 공무원들에게 편지를 쓴다. 성교육 강화와 교사 관리 강화, 성폭행 사건 철저 조사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샤오메이리는 2012년 여성주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하는 등 열성적으로 여권운동을 해왔지만 이런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대학 입학 이후부터다.
그는 외자녀로 자라나 사회문제보다는 출세나 소비생활에 더 관심을 두는 중국의 '빠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자) 세대다. 샤오메이리 역시 고교생 때까지는 공부만 하느라 정치에는 무관심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미국과 대만의 여성운동 관련 글을 읽고 중국의 현실을 깨닫게 됐고 특히 대만에서 한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더 평등한 사회'를 목격했다고 한다.
샤오메이리는 "중국 사회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다. 그리고 그런 불평등이 성폭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