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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암초' 만난 코스피…변동성 관건은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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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낙폭에 5800선 내줘…20만전자·100만닉스도 반납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실현 가능성…스태그플래이션 공포 자극
사태 장기화 땐 유가·환율 이중고…韓경제 0.3%p 하락 예상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현황판에 이란 사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현황판에 이란 사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코스피가 6200선에서 5700선까지 단숨에 밀렸다.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국제유가'가 주목받고 있다.
 

코스피 사상 최대 낙폭…반도체 투톱 –10%

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7.24% 내린 5791.91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낙폭은 452.22포인트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오전 한때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6100선에서 공방을 펼쳤지만, 외국인(-5조원)에 이어 기관(-8800억원)이 매도세에 힘을 실으면서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낮 12시 5분에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일시효력 정지)가 발동했고, 개별종목의 가격 안정화 조치인 변동성 완화장치(VI)도 322건 작동했지만 코스피 하락세가 계속됐다. 매도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3번째이고, 변동성 완화장치는 지난달 하루평균보다 75.6% 늘어난 수치다.
 
앞서 금융당국도 필요시 100조원 이상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시행을 예고했지만,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코스피는 5800선을 내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 안팎으로 하락하며 각각 '20만전자'와 '100만닉스' 기록도 깨졌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힘을 받으며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4원 오른 1466.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고, 거래소 금 1kg 가격은 4.14% 오른 g당 24만 9200원을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땐 유가 100달러 돌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따른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보도로 국제유가 급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1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따른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보도로 국제유가 급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1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은 국제유가 방향에 주목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소비량의 20%, 해상 원유 수송의 27%를 담당하는 요충지다.
 
그동안 이란은 위기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사하며 국제사회를 압박했지만, 실제 봉쇄에 나선 사례가 없다. 세계 원유 생산의 3%를 담당하는 이란 자신의 수출 통로도 막혀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권력을 행사한 하메네이와 지도부가 동시에 사망한 충격으로 이란이 해협 봉쇄를 실행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기류가 흐른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은 폐쇄됐으며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에 불을 지르겠다"고 밝힌 2일(현지시간) 6% 뛰어오르며 배럴당 71달러를 돌파했다.
 
해협이 봉쇄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WTI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이어진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연구원은 "내부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IRGC 강경파가 동귀어진을 감행하는 경우가 워스트 시나리오"라며 "대규모 기뢰 부설로 전면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확대될 경우 대안 노선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 연구원은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세계 경제는 패닉에 빠진다. 전례 없는 공급 쇼크로 국제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00달러를 상향 돌파할 위험이 농후하다"면서 "1973년, 1978년이 걸친 오일쇼크처럼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 공포를 자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이란, 협상 가능성…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에 '기대'

다만 시장은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란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가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국제유가 상승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또 새롭게 들어설 이란 지도부도 정권의 안정을 위해 군사적 긴장을 장기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베스트 시나리오를 전제로 "1~2주의 단기 충돌 이후 확전 중단 및 외교 프레임이 재가동되면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상승분을 되돌리며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태 장기화 땐 韓경제 타격…단기 변동성 확대

연합뉴스연합뉴스 
하지만 지도자를 잃은 이란의 강경파가 권력을 순순히 내놓을 확률이 희박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4%가 아시아로 향하는 물량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환율이 상승하면 아시아 국가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0.22%p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 내외로 치솟는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3%p 하락하고 CPI 상승률이 1.1%p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당분간 군사적 긴장감이 이어지며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호르무즈가 실물 차질로 이어져 국제유가가 계단식으로 재평가되는 국면에서는 무역수지와 환율, 물가가 동시에 압력을 받으며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단기적으로 호르무즈 변수로 국제유가·달러·수급이 흔들리며 한국 시장의 하락이 예상된다"면서도 "리스크가 안정되는 순간 시장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걷어내며 되돌림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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