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겨지지 않았어요. 솔직히 한 2, 3일 정도 있으면 깨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여러 가지 피로로 쇼크 증상이 온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이 정도로 오랫동안 못 깨어날 줄은 전혀 생각을 못 했었죠.”
박명남 씨는 항상 웃는 얼굴로 가족을 뒷바라지하는 천사 같은 아내였다. 명남 씨가 쓰러지던 그 날도 어김없이 남편의 출근을 배웅하며 손을 흔들었지만, 그것은 명남 씨의 마지막 인사였다. 현재 명남 씨는 어떠한 원인도, 이유도 없이 쓰러진 뒤 3년 째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 갑작스레 쓰러진 아내, 믿을 수 없는 진단
2년 전, 평소처럼 직장에 출근했던 남편 김석배 씨에게 아내가 쓰러졌다는 연락이 왔다. 원인도 알 수 없이 갑자기 쓰러진 명남 씨는 심폐소생술 끝에 생명은 겨우 유지했지만 이미 뇌손상이 진행되어 현재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명남씨의 병명은 무산소성 뇌손상과 강직성 사지마비. 남편은 그런 아내를 데리고 약 10군데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병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아내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현재 아내 명남 씨는 부천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가래를 뽑거나, 호흡기로 산소를 공급해주는 것이 치료의 전부다. 게다가 근육이 점점 굳어가는 탓에 명남 씨의 몸을 수시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욕창이 생기기 때문에 24시간 곁을 지키는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 남편 또한 건강이 악화된 상황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남편 김석배 씨는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아들의 결혼비용을 병원비로 사용하고, 집까지 팔아 아내 치료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내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결국 집 한 칸 없이 아내의 간병을 도맡아 했던 남편 석배 씨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치아가 건강하지 못 해서 이로 음식을 씹을 수도 없고, 목도 쉽게 붓고 가라앉아서 가끔은 말 하는 것도 힘이 들어요. 고혈압, 당뇨, 신경외과 질환까지 앓고 있으니 걱정이 커요. 솔직히 위 내시경도 검사가 필요한데 안 좋은 병이 나올까봐 두려워 검사를 하지 못 하는 상황이에요.”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건물 청소부를 하며 조금이나마 돈을 보탰던 석배 씨마저 병을 안게 되자 치료비용 문제는 더 큰 짐이 되어 버렸다.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정부 보조금으로는 아내와 자신의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실정. 지금까지 아내의 병원비에 쓰느라 이곳저곳에서 빌린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6천여 만 원의 빚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 “분명 하나님이 도와주실 겁니다.”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석배 씨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아내가 쓰러지기 전, 부부는 베트남에 교회를 세우는 등 누구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열심이었다. 석배 씨는 누구보다 마음이 착했던 아내에게 선한 일의 응답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