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글> ①팽창하는中, 견제하는美, 도발하는日…한국의 딜레마②동북아 샌드위치 한국…만만한 北에는 으름장③중견국 외교 첫걸음…'전략적 완충지'를 넓히자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전교생 191명의 학교가 있다. 전교 10등 정도 하는 주인공은 가끔 10등 안에도 진입하는 등 상위권 성적이지만 같은 반에 전교 1,2,3 등이 모여 있어서 거드름 한번 피우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전교에서 이름난 문제아는 같은 반에 하필 짝꿍이라, 주인공이 등수를 올리는 데 번번이 장애물 노릇을 한다. 다른 분단에 앉은 1등은 주인공이 앞자리에 앉은 2등과 친해지지는 않았는지를 챙기는 눈치고, 3등은 1등에게 주인공과 2등이 가까워졌다고 이간질에 열심이다.주인공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반 배치 상황. 그런데 주인공과 문제아를 각각 한국과 북한으로, 1,2,3 등을 차례로 미국, 중국, 일본으로 바꾸면 바로 동북아의 정세가 된다. 한국이 외교적으로 운신의 폭이 얼마나 제한돼 있는지와 관련해선 외교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그냥 세계지도를 펴놓고 한국이 어디 붙어있나를 살펴보면 다 설명이 된다"는 '진심어린' 농담이 나올 정도다.
중견국 외교를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가 지난 1년 간 샌드위치 신세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도 이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 영유권과 역사 문제로 각을 세우면서, 한국이 떠밀려다니는 판이 됐다. 중국과 갈등하는 일본 뒤에는 미국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중일 갈등은 한일 갈등보다 더 큰 판돈이 걸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일 안보협의위원회(2+2)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센카쿠열도를 미일안보조약의 적용대상이라고 확약한 것도 이 맥락이다. 반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독도에 대해 미국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추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건부 승인'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문제가 한일 수준을 넘어서 미국에까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집단적자위권 논란은 간단하게 "침략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게 군사적 공격을 허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우리 정부는 주권 영역인 집단적자위권에 대해 타국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점,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추진이 동맹 미국의 군사이익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전교 1등과 2등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한국은, 한미일 3각 공조를 취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해야한다는 '충돌하는 두 개의 축'을 외교의 기본으로 삼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있다. 지난해 새 지도자 체제에서 '간보기'를 끝낸 미중은 2014년 본격적으로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흔들리는 축 위에 선 한국 외교도 함께 위태로워졌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 피할 수 없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비전을 갖췄느냐다. 지난해 외교갈등 상황마다 "정부가 수세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을 받은 걸 감안하면, 정부는 중견국 외교라는 목표를 '듣기좋은 말' 이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당장 미국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동맹국으로서 지지 입장이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해서는 무게중심이 한미관계에서 한중관계로 이동할 가능성을 우려(최강 아산정책연구소 연구부원장)"하고 있다.